개별 만남 아닌 공식 행사 기준
LG 구광모·롯데 신동빈은 3번
尹, 올해 삼성·현대차·SK 방문
재계도 국가 역점 사업 힘 보태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내 기업 총수들과 연이어 만나며 재계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재계 역시 윤석열 정부의 핵심 사업에 적극 참여하며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올해 윤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은 각각 4번 만났다. 최태원 SK 회장의 경우 올해 7번으로, 국내 5대 기업 총수 중 올해 윤 대통령과 가장 많이 만났다. 윤 대통령은 구광모 LG 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과도 3번씩 만났다.
이는 개별적 만남이 아닌 함께 참여한 공식 행사를 토대로 한 집계다. 또한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에 총수들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소화한 일정들을 하나로 묶은 수치기도 하다. ‘동행 경제인과 만남’·‘한국의 밤’ 등 각각의 행사를 1회로 계산할 경우, 이 회장과 정 회장은 10번, 최 회장은 12번 만난 셈이 된다. 올해 다섯 총수들이 함께 윤 대통령을 만난 자리는 2023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를 시작으로 UAE·스위스 순방 중 글로벌 CEO 오찬, 한국의 밤, 세계 경제 포럼(WEF) 연차 총회, 그리고 지난달 방일 당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 등이 있다.
다만 최 회장의 경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민간위원장을 겸하고 있어 더 잦은 만남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 3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 초청 만찬과 전날 부산 APEC 누리마루 하우스에서 열린 실사단 환송 만찬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상춘재 만찬에 이어 전날 실사단 환송 만찬에 ‘깜짝’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올해 삼성전자와 현대차, SK의 사업장을 직접 찾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경북 구미에 있는 SK실트론을 방문해 반도체 투자협약식을 격려하고, 반도체 및 초순수 생산시설을 시찰했다. 지난 3월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찾아 자동차 생산 및 수출 현장을 둘러봤다. 윤 대통령은 또한 지난 4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삼성 디스플레이 협약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금 대외 변수 때문에 경제가 어려울 때 국가 경제에 활력을 줘야 되는 곳들은 기업”이라며 “일단 기업 입장에선 대통령이 한 번 방문하면 인센티브가 생겨서 세계로 진출할 때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접 현장에서 국민과의 접점을 넓힘으로써 기업의 일자리 창출 그리고 과학 기술 혁신이라는 사회 양극화와 갈등을 줄일 수 있는 기업의 역할을 더 밀착 행보로 전달해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행보”라고 설명했다.
재계 역시 정부의 역점 사업에 힘을 보태며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일 있었던 삼성디스플레이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업체 간 투자협약식은 윤 대통령의 ‘첨단산업 분야 550조원 투자 유치’ 계획 발표 후 마련된 첫 투자 협약식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비상경제회의에서 2026년까지 6대 첨단산업분야에 총 550조원의 민간투자를 끌어내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약식에선 총 4조1000억 규모의 투자협약이 이뤄졌다.
이 회장은 감사 인사에서 “이번 투자는 지난달 약속드린 60조원 지역 투자의 첫 이행이란 점도 말씀드리고 싶다”며 “대통령님께서 얼마 전 ‘나라를 위해 미래를 생각하는 게 정치인의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직접 듣고 제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울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언급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달 17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있었다.
또한 총수들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정부 국정과제인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세계 각국을 찾아 ‘대통령 특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엑스포 민간위원장인 최 회장은 지난달 윤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유럽으로 향했다. 최 회장은 스페인, 포르투갈, 덴마크 등 3개국 총리를 만나 윤 대통령의 부산 엑스포 유치 지지 메시지를 전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멕시코와 파나마 대통령을 접견하고 부산 엑스포 지지를 요청했다. 또한 지난해 6월엔 네덜란드를 방문해 마크 루터 총리와 만나 설득을 하기도 했다. 이후 네덜란드는 서유럽 최초로 2030 부산 엑스포 지지를 표했고,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루터 총리와 통화하며 감사를 전했다.
정 회장도 지난 달 미국 출장 당시, 아프리카 및 카리브해, 태평양 연안 주요국 주미대사 초청 행사에 참석해 부산엑스포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요청했다. 지난해 10월엔 현대차·기아의 유럽 생산거점이 있는 체코와 슬로바키아를 연이어 방문해, 양국 총리와 만나 부산 엑스포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