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불참’ 4·3 추념사…작년엔 ‘평화’·올해는 ‘번영’[용산실록]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3일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하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4·3 추모 사진과 글을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 페이스북]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열린 제75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하는 대신, 추념사를 통해 ‘번영’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유가족의 아픔’과 ‘명예회복’을 중시하는 한편, 지난해엔 ‘평화’를, 올해엔 ‘번영’을 언급하는 차이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추념사를 통해 “희생자와 유가족을 진정으로 예우하는 길은 자유와 인권이 꽃피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이곳 제주가 보편적 가치,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더 큰 번영을 이루는 것”이라며 “그 책임이 저와 정부, 그리고 우리 국민에게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제주를 자연, 문화, 그리고 역사와 함께하는 격조 있는 문화 관광 지역, 청정의 자연과 첨단의 기술이 공존하는 대한민국의 보석 같은 곳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약속드렸다”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견문을 넓힐 수 있는 품격 있는 문화 관광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지금은 콘텐츠 시대”라며 “IT 기업과 반도체 설계기업 등 최고 수준의 디지털 기업이 제주에서 활약하고, 세계의 인재들이 제주로 모여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한 지난해 추념사와 마찬가지로 ‘치유’와 ‘명예회복’을 다시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그 유가족들의 아픔을 국민과 함께 어루만지는 일은 자유와 인권을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며 “정부는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생존 희생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잊지 않고 보듬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추념사를 통해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겠다는 저의 약속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여러분께서 소중히 지켜온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승화시켜 새로운 제주의 미래를 여러분과 함께 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추념사에선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생존 희생자들의 아픔과 힘든 시간을 이겨내 온 유가족들의 삶과 아픔도 국가가 책임 있게 어루만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추념사에선 ‘평화’가 강조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추념사를 통해 “과거는 우리가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이 비극에서 평화로 나아간 4.3 역사의 힘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곳 제주 4.3 평화공원이 담고 있는 평화와 인권의 가치가 널리 퍼져나가 세계와 만날 수 있도록 새 정부에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 시작 전인 지난해 제74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했지만, 올해는 불참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전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에 대해 “작년에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을 했고, 같은 행사에 매년 가는지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늘 행사를 기획하면서 고민이 있다”며 “올해는 총리가 가시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총리가 추념사에서 내놓을 메시지는 윤석열 정부의 메시지”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