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 기재부, 행안부 입주
청사 가운데 위치, 명실상부 ‘컨트롤타워’ 위상 확인
MZ세대 “박봉에 업무강도 높아 이직 생각 많아”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한 느낌입니다. 요새 출근하는 맛이 납니다” 이달초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이하 중앙동)으로 사무실을 옮긴 모 부처 공무원의 소감이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직원 약 2800명은 지난달부터 중앙동으로 이사를 시작, 이달초 입주 기념식을 갖고 새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아직 ‘베이크 아웃(bake out, 새로 짓거나 개조·보수한 건축물의 실내 온도를 높여 유해물질을 제거)’으로 퇴근 전 창문을 닫아야 하고, 아침에 출근하면 창문부터 열어야 한다. 눈이 따갑다고 하는 이도 있고, 피부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이도 없지 않지만 새 사무실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나쁘지 않다.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의 추가 이전에 따라 기존 세종청사 내 사무공간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지어진 중앙동은 부지 4만㎡, 건물 13만4000㎡(전용 4만2000㎡, 공용 4만3000㎡, 지하주차장 4만9000㎡)로, 업무동은 지하 3층~지상 15층, 민원동은 지하 2층에서 지상 4층까지이다. 총사업비는 약 3500억원이 소요됐고, 공사기간만 30개월 이상이 걸렸다.
고용노동부를 비롯해 총 26개의 세종 내 공공기관을 관리하는 청사관리본부는 “중앙동 입주기관은 건물의 입지·환경적 특징을 고려해 우수한 접근성에 따른 다부처 연계성, 대내외 민원이 많은 기관 배치로 방문객의 이용 편의성 제고, 임차 비용 절감 및 세종청사 재배치에 따른 행정 효율화 등을 기준으로 선정됐다”며 “이 기준에 따라 다부처 연계성이 높은 기획재정부와 정부세종청사 17동과 임차건물에 분산돼 있는 행정안전부가 중앙동 입주기관으로 최종 결정됐다”고 밝혔다.
청사관리본부는 입주 부처를 선정함에 있어 여러 요인을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이들 두 부처는 단연 ‘갑질’ 부처로 악명이 높다. 기재부는 정부 부처의 1년 예산을 좌우하고 법인세, 재산세 등 세제를 통해 개인과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행안부는 지방교부금 배부 등을 통해 지방자치단체 재정에 대한 지원 권한을 쥐고 있다. 중앙동 건립을 추진한 청사관리본부도 행안부 소속이다.
이들 두 부처의 중앙동 ‘입성’의 의미를 굳이 찾자면, 조선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 간다. 조선시대 중앙조직인 6조(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 중 1, 2순위가 이조와 호조다. 이조는 현재 정부조직을 관할하는 행정안전부, 호조는 세금과 나라살림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의 전신(前身)과 같다.
왕과 6조 사이에는 ‘의정부’라는 조직이 있어 영의정, 우의정, 좌의정이 왕에게 ‘직보(직접보고)’하고 하명받은 내용을 다시 해당 조에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세 정승은 지금으로 따지면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사회부총리에 해당한다. 경제부총리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겸직하고, 사회부총리는 교육부 장관이 겸직하는데, 윤석열 정부 내 부처 입지를 보면 행안부 장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행안부 장관의 직무가 정지됐고, 교육부 장관의 위상이 과거보다 현저히 떨어진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이렇게 두 부처가 중앙동에 모이자 세종 타 부처는 물론이고 세종 외부에서도 ‘쌍갑동’의 출현에 대한 말들이 많이 쏟아졌다. 민간 기업에서도 인사총무팀이 요직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업무 평가와 승진에 ‘올인’하는 공직 사회 특성상 부처의 예산과 조직구성을 관할하는 두 부처가 타 부처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세종에서 근무하는 모 부처 공무원은 “두 부처의 중앙동 이전은 그동안 두 ‘갑질’ 부서가 모여 ‘쌍갑’의 결정판이 됐다”고 자조했다. 애초 ‘쌍갑동’이라는 표현을 기자에게 처음으로 들려줬던 대기업 임원은 “정부 부처가 민간을 상대로 한 갑질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두 부처가 지근거리에 있으면서 또 어떤 ‘갑질 시너지’를 낼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사회 현상으로 눈을 돌리면 이들 부처들의 갑질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의문이다. 아무리 중앙부처가 주요 정책을 발표하고 조직 내 공무원들이 용산 대통령실, 여의도 국회 등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승승장구하더라도 지방 조직 전반으로 눈을 돌리면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떨어지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고시 출신이 많은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인사혁신처가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행정안전부 국가공무원 의원면직자 현황’에 따르면 의원면직자는 2018년 1만694명에서 2021년 1만4312명으로, 33.8% 늘었다.(관련기사 헤럴드경제 20일자 ‘MZ 공무원, 월급 180만원 ‘신의 직장’ 떠난다’)
행정안전부의 연도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인사통계를 분석한 결과 같은 기간 의원면직자 수가 3610명에서 5202명으로, 44% 급증했다. 2021년 퇴직한 국가직·지방직 공무원 수만 1만9514명이다.
특히 MZ세대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입직 3년차 이하 퇴직자 수는 2018년 5166명에서 2021년 9881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4년간 공무원사회를 떠난 저연차 수만 2만9636명에 이른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관계자는 “2018년만 해도 악성 민원에 대한 불만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급여 수당에 대한 불만이 가장 높다”며 “실제 그만 두는 사람 대다수가 급여가 적다는 이유를 들고 떠난다. 1명이 그렇게 떠나면 다른 조직원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이렇다보니 도전하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다. 2023년 9급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원서 접수 인원은 12만1526명으로, 전년에 비해 4만여명 줄었다. 2017년 지원자 수가 22만8368명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6년 사이 46.8% 급감했다. 7급 국가공무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원서 접수 인원이 2017년 4만8361명에서 지난해 3만3455명으로, 30.8% 감소했다.
중앙부처도 지자체와 소속 공무원들의 든든한 지원이 없이는 나라 정책을 제대로 펼칠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 여전히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있는 MZ 공무원, 공무원 부모들이 많다. 이제 대기업에서 일하는 기분이 나면 최소한 대기업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립서비스하는 ‘상생(相生)’의 마음부터 갖는 것이 맞지 않을까.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