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뱅크런)가 발생했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 대해 미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월가의 은행들이 동시 전방위 지원에 나서면서 금융시장은 일단 진정을 찾은 모양새다. 하지만 SVB는 빙산의 일각일 뿐,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은행들이 수백곳에 달한다는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은행들의 미실현 손실 규모가 2조달러(약 2600조원)에 달하며, 특히 이중 10%는 SVB보다 더 큰 미실현 손실을 보유 중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잠재적으로 약 190개의 은행에서 뱅크런이 발생될 가능성이 있으며, 최악의 경우 이의 범위는 1600곳 이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아미트 세루 미 스탠포드대 교수(금융학)는 SVB 사태가 발생 직후인 지난 13일 발표한 ‘2023년 통화긴축과 미 은행의 취약성 : 시가총액 손실과 비보호 예금자 인출? (Monetary Tightening and U.S. Bank Fragility in 2023: Mark-to-Market Losses and Uninsured Depositor Runs?)’이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현재 미 은행들 자산의 시장가치는 장부가치 대비 2조 달러 적다고 밝혔다. 장부가치가 시장가치보다 2조달러 높다는 것은 장부상으로는 아직 반영되지 못한 손실이 2조 달러라는 뜻이다.
특히 세루 교수는 현재 다른 은행들이 SVB보다 재무 상태가 양호해서 파산에 직면하지 않고 있는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세루 교수가 산출한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체 은행 중 10%의 은행들이 SVB보다 큰 미실현 손실을 보유 중이다.
또 시뮬레이션 결과 미 은행들에서 비보호 예금자의 절반만 인출을 단행하더라도 3000억달러 규모의 보호 예금이 위험에 처할 수 있으며, 186곳의 은행에서 뱅크런이 발생될 수 있다고 추산됐다. 비보호 예금자 전원이 인출을 감행한다고 가정할 경우 뱅크런이 나올 수 있는 은행수는 1619곳으로 급증했다.
세루 교수는 “미국 은행들의 자산 시장가치는 장부 가치보다 2조 달러 낮은데, 이러한 손실이 일부 미국 은행의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예금의 상당 부분과 결합돼 안정성을 손상시킬 수 있다”며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예금자의 절반만 인출을 결정하더라도 거의 190개 은행에서 보험에 가입된 예금자에게도 잠재적인 손해 위험이 있으며 이로써 3000억달러에 달하는 보험 가입 에금이 위기체 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보험 레버리지(부채/자산)에 따른 손실이 미국 일부 은행들의 부실화로 이어질지가 열쇠”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