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미국 정부의 반도체법(CHIPS Act)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세부 규정을 두고 최악을 피했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도 K반도체 관련 실적과 주가 등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투자 제한에 대한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22일 증권가에서는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 세부 규정을 두고 미·중 갈등과 반도체 초과 공급 등으로 국내 기업이 중국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예상했던 수준의 규제가 발표돼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편에선 중국 생산 확장 제한으로 원가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생겼다고 판단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규정은 예상했던 수준으로, ‘낫 배드’(Not Bad)라고 평가한다”며 “5% 이상 생산능력 확대가 불가하지만 미세 공정 전환을 통한 확대가 가능해 융통성이 아예 없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중 갈등으로 잡음이 일면서 이전에도 국내 업체들이 중국 사업을 강하게 키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장비 고도화가 가능하고 사업 영속성 면에서 긍정적이다”고 설명했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선단 공정 기준으로 5% 이상 생산능력을 확장하지 않으면 공정 전환을 위한 투자는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미 존재하는 첨단 장비 수출 규제를 감안하면 추가 유예 없이 공정 전환이 어렵겠지만, 반도체법 하나만 봤을 땐 비교적 선방했다”고 덧붙였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초과공급으로 인해 국내 업체가 중국에 무게를 두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며 “최악은 면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 투자에 10년간 제약이 생긴 만큼 긍정적인 평가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원문을 보면 강한 어조로 생산량 규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며 “생산능력 통제는 보조금에 대한 꼬리표 치고 대단히 값비싸다”고 판단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라인 확장 여부가 중요한데, 이에 허들을 만들어 놓았다”며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생산 능력 확대가 가능하더라도 10년간 투자가 자유롭지 않다는 점은 부정적”이라고 주장했다.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과 SK하이닉스의 실적 저하가 예상되는 가운데, 증권가는 저점 확인 후 점진적 반등을 전망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이 15년 만에 적자 전환하고, SK하이닉스의 적자 규모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남 연구원은 “2분기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 실적이 개선되겠지만, 여전히 재고 부담이 과도해 V자 반등보다는 완만한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클 회복까지 장기간 소요되므로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 위주의 안전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중후반까지 경쟁사의 실적 훼손과 생산 투자 능력 훼손을 확인한 뒤 감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선두 업체의 과열 경쟁 유도에 따른 업황 악화가 조금 더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