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에 베팅하라(헤르만 지몬·유필화, 쌤앤파커스)=독일의 경제 석학 헤르만 지몬이 유필화 성균관대 명예교수와 또다시 의기투합했다. 인플레이션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 책을 함께 쓰면서다. 이들은 저서를 통해 “지난 30년의 물가안정기는 끝났다”고 단언한다. 이제는 최소 5년 이상 길고 독한 ‘크리핑 인플레이션’(물가가 느린 속도로 꾸준히 오르는 현상)만 남았다는 것.
경기야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도 있고, 재화의 가격도 내릴 때가 있으면 오를 때도 있는 법. 하지만 문제는 지금과 같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지 40년도 넘은 탓에 2세대 가량의 정부나 기업, 경영자들 모두 인플레이션 대응에 미흡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저자는 인플레이션도 다른 경제 현상과 마찬가지로 피해자는 물론, 수혜자도 반드시 존재한다고 말한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승자가 되기 위해선 민첩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디지털 시대로 변화된 지금은 전통적인 방식과 다소 다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플레이밍 사회(이토 마사아키 지음·유태선 옮김, 북바이북)=이토 마사아키 세이케이대 문학부 교수는 모바일 시대에 자주 목도되는 플레이밍(flaming) 현상을 광범위하게 분석했다. 플레이밍 현상이란, '활활 타오른다'는 영어의 뜻처럼 온라인 커뮤니티에 비난, 비방 등의 글이 빠르게 올라오는 것을 지칭한다. 보통은 부정적인 의미로 인식되지만, 마사이키 교수는 플레이밍 현상의 부정적인 측면 뿐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도 조명한다.
플레이밍 현상은 보통 유명 연예인이 악성 댓글에 상처를 받아 자살을 하거나 가짜 뉴스가 퍼져 명예가 훼손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부각된다. 하지만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다 좋은 결과물을 도출되기도 하고, 해시태그 운동과 같은 온라인 사회 운동을 촉발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최근에는 유명인이 논란이 되는 행동이나 발언을 했을 때 그에 대한 지지를 취소하고 외면하는, 일명 '캔슬 컬처(cancel culture)' 현상이 되기도 한다.
▶유인원과의 산책: 제인 구달, 다이앤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사이 몽고메리 지음·김홍옥 옮김, 돌고래)=동물 생태학자 사이 몽고메리가 동물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꾼 여성 영장류 학자, 제인 구달과 다이앤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의 삶과 이들이 연구했던 침팬지, 고릴라, 우랑우탄 등을 소개한다. 초판이 지난 1991년에 나왔지만, 이후 내용을 업데이트 해 두 번의 재출간이 이뤄졌다. 모두 고인류학자 루이스 리키의 제자들인 이들은 과학자이기 전에 동물들의 양육자이자 보호자였고, 동물들의 생존과 행복을 위해 싸운 운동가들이었다.
특히 세계적인 유명세를 탄 제인 구달이 남성 위주 학계에서 이름 때문에 ‘너는 제인, 나는 타잔, 그리고 유인원들’이라며 비하되거나 다이앤 포시가 자신과 깊은 교감을 했던 고릴라 디짓의 죽음 이후 밀렵꾼들과 전쟁을 벌이다 잔인하게 살해된 일화는 충격적이다. 수줍음이 많고 고독하게 지내는 오랑우탄의 특성 때문에 연구 성과의 속도가 늦은 탓에 연구자금 지원에 어려움을 겪었던 비루테 갈디카스의 이야기는 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