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경영권을 둘러싼 레이스에서 하이브가 카카오의 기선을 제압했다. 법원이 카카오의 에스엠 지분 9.05% 확보 계획에 제동을 걸면서다.
다만, 초반 일격에도 카카오가 자금력을 동원해 ‘쩐(錢)의 전쟁’을 벌여 ‘역전승’을 노릴 것이란 전망이 금융투자업계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가운데, 카카오측 역시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고심하는 모양새다.
하이브로서도 우위에 선 것을 분명하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오는 31일 주주총회에서 예고된 ‘표대결’에 앞서 우호지분 모으기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하이브, 에스엠 인수 한발 더 앞서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예정됐던 카카오의 에스엠 지분 확보가 무산되면서 하이브는 카카오를 지분율에서 크게 따돌리며 에스엠 인수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섰다.
이날 카카오와 에스엠은 법원 결정에 따라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계약을 해제한다고 증시 개장 전 공시했다.
하이브는 지난달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비롯해 갤럭시아에스엠으로부터 0.98%를 매입, 에스엠 지분 총 15.78%를 확보한 상태다. 이 총괄의 남은 지분 3.65%를 더하면 사실상 19.43%가 하이브 지분이다.
하이브로선 지분 25%를 추가 확보하기 위해 실시했던 공개매수가 사실상 실패한 것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이브는 공개매수가로 12만원을 책정했지만, 공개매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달 28일 종가(12만7000원)가 공개매수가보다 높았던 만큼 주주들의 마음을 끌지 못한 것이다.
다만, 증권가에선 에스엠 인수전에서 하이브가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하이브가 에스엠 인수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최대 1조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물밑 접촉에 나섰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경우 30% 이상 지분을 단기간에 공개매수 또는 블록딜 형태로 가져와야만 인수 가능성이 생긴다”며 “10% 이상 추가 매입이 필요한 하이브가 이사회 구성에 있어서도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9000억 ‘실탄’ 장전 카카오, 강공 나서나
초반 기선을 잡는데 실패한 카카오측은 대외적으로 ‘신중 모드’에 들어갔다. 카카오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공시한 내용 말고는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내부 논의를 통해 추후 대응 방향에 대해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은 카카오가 에스엠 인수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데 베팅하는 분위기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와 싱가포르 투자청에서 들어온 9000억원 규모의 ‘실탄’이 장전된 만큼 공개매수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자사 플랫폼과 IT 기술, 에스엠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글로벌 엔터테엔먼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미래 사업 계획을 현실화하기 위해 강공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가 하이브보다 주총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선 에스엠 지분을 최소 30% 이상 확보해야 한다. 공개매수가(13~15만원)에 따라 많게는 1조원이 넘는 ‘실탄’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수중에 들어온 투자금 대부분을 에스엠에 쏟아붓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승부의 향방은 ‘소액주주’
카카오가 인수전을 지속한다면 하이브와 카카오·현 에스엠 경영진 양측은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전면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에스엠 지분 중 약 61%가 지분율 1% 미만의 소액주주들 몫으로 파악된다.
하이브는 주주제안 캠페인 페이지 ‘에스엠 위드 하이브(SM with HYBE)’를 개설하고 자신들이 그리는 새로운 에스엠의 비전을 공개하며 소액 주주를 상대로 의결권 위임을 호소했다.
카카오와 손잡은 에스엠 현 경영진 역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소액 주주를 상대로 의결권 위임을 설득하는 동시에 인수의 부당함을 알리는 여론전으로 맞불을 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성수 에스엠 대표가 반전을 위해 추가 폭로를 이어갈 수도 있지만,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주명부폐쇄일인 지난해 말 기준 ‘큰손’으로 분류되는 국민연금(8.96%), 컴투스(4.2%), KB자산운용(3.83%)의 선택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현재까진 이들 모두 ‘노코멘트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편, 하이브와 카카오 간 전선의 골이 깊어질수록 에스엠 주가는 더 빠른 속도로 치솟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오히려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지분 확보 경쟁이 치열해져서 주가에는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고, 김현용 연구원은 “에스엠 주가가 한 번 더 슈팅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