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 인뱅’ 수면 위 급부상…은행과점 해소 내걸자 핀테크, 잰걸음[머니뭐니]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은행의 과점체제 해소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제4 인터넷은행’ 허용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뱅크샐러드 등 굵직한 중견 핀테크 업체들이 제4 인터넷은행 설립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금융사업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은행 라이센스를 획득하면 투자시장 경색 등 현재의 쉽지 않은 핀테크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중금리 대출로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는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3대 인터넷은행은 신규 진입 플레이어에 대한 견제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핀테크는 ‘관심’·인뱅은 ‘견제’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수의 핀테크는 제4 인터넷은행 진입을 여러모로 검토하고 있다. 당국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은행권 진입장벽을 허물겠다는 금융당국의 발언만으로도 들썩이는 상황이다.

한 핀테크 대표는 “완료까진 아니지만 검토를 시작했다”며 “제2금융권 등 비은행기관이 먼저 ‘제4인터넷은행’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도 생각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진행하는 TF 개선안에 맞춰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를 통해 은행 독과점을 깨기 위한 신규 은행 라이센스 돌입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최근 열린 1차 TF 회의에서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 기존 은행권내 경쟁뿐 아니라 은행권과 비은행권간 경쟁, 은행권 진입정책(스몰라이센스·챌린저 뱅크 등), 금융과 IT 간 영업장벽을 허물어 실질적인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제4 인뱅’ 수면 위 급부상…은행과점 해소 내걸자 핀테크, 잰걸음[머니뭐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7일 판교 카카오뱅크 본사를 방문, 인터넷 전문은행 및 핀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

제4인터넷은행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3대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어졌다. 이 원장은 지난달 27일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뱅크에서 주요 인터넷은행·핀테크 기업의 혁신상품·서비스 사례를 공유 받았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해당 자리에서는 중금리 대출 의무공급 수치에 대한 인터넷은행 대표들의 개선 요구가 나왔다. 또한 제4인터넷은행 역시 중·저신용자를 위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영업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새로이 탄생하게 될 인터넷은행에 대한 기존 인터넷은행의 견제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중금리 대출 의무공급치에 대한 요구는 이번 자리에서만 나온 얘기가 아니다”며 “다만 인터넷은행의 제도적인 설립 취지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TF를 진행하면서 (제4인터넷은행 영업방향 등에 대해) 신중하게 논의하겠다는 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뜻”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에 쏠리는 눈…스타트업은 “메기 다음 단계로 도약 필요”

제4 인터넷은행 논의가 시작되자 시장의 눈은 빅테크 중 하나인 네이버파이낸셜로 쏠리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산업을 영위하는 데 있어 필요한 라이센스를 획득하거나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온 만큼, 이번 은행권 진입 라이센스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겠냐는 게 시장의 예측이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제 막 이야기가 나오는 단계에서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검토를 하는 단계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핀테크 업체들은 이번 스몰라이센스·챌린지뱅크 등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혁신금융사업자로 지정되며 ‘메기’로서 겨우 핀테크를 운영해왔지만 그 다음 단계로 진화해 자리잡기 위해선 ‘은행 라이센스’와 같은 확실한 사업모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또 다른 핀테크 대표는 “네이버파이낸셜과 같은 큰 기업들은 1년이고 2년이고 계속 운영을 하면서 기회를 볼 수 있는 체급이지만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업체들은 투자시장도 경색돼 1~2년이 매우 긴 시간”이라며 “기회가 있다면 도전하기 위해 계속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