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Lobby)’란 단어는 미국 의사당의 로비에서 유래했다. 미국은 건국 초기부터 로비를 당연시했다. 사회적 이익집단이 입법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하는 로비를 일종의 청원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로비를 일찍부터 법적으로 인정했다. 불법으로 규정해도 로비를 없앨 수 없으니, 차라리 양지에 나오게 하고 법으로 규제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에서다. 우리나라도 로비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당정 일체’와 ‘당정 분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고민하기 위한 사례로 로비를 언급한 것이다.

최근 이를 두고 여권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논쟁을 보며 한국 정치사에서 당정 분리가 제대로 이행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가 궁금해진다. 여당이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당정 분리가 이론적으로 옳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현실적으로 구현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우리 정치사는 잘 보여주고 있다는 뜻이다. 당정 분리가 어려운 이유는 대통령은 여당의 ‘1호 당원’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당원이기 때문에 당원으로서 당내 사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당원 의견보다는 대통령의 의견이 영향력이나 파급력 측면에서 아무래도 중요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영향력을 부정적으로 생각해 대통령이 탈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여당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셈이 된다. 대통령 없는 여당은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정권들에서 대통령이 지금만큼 적나라하게 자신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의 특성부터 생각해야 한다. 과거 역대 대통령들은 정치를 오랫동안 한 인물들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이기는 했지만 대통령이 되기까지 16년 정치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통령에 오르기까지 상당 기간 정치를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정치를 하면서 이른바 자신의 계파를 형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역대 대통령들의 계파 구성원은 대통령을 그만큼 잘 알 수 있는 시간이 많았고 그래서 대통령의 눈빛만 봐도 생각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경우는 다르다. 윤 대통령은 정치 경력이 매우 짧다. 당내에 친윤 그룹이 형성됐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윤 대통령의 의중을 쉽게 헤아리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뜻을 간파하고 알아서 움직이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이 역대 대통령과 다른 점이고 그래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직접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 정권에서는 당정 분리가 잘됐느냐 하면, 결코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즉 대통령의 의중이 직접 표출돼 여당 내부 사안에 반영되느냐, 아니면 간접적으로 의중이 반영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럴 바엔 차라리 당정 일체를 인정하되 그 영향력의 범위를 제도적으로 컨트롤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의 생각이나 주장의 취약점을 발견하고 이를 공격해 대통령과 주변의 생각을 교정하게 하는 조직인 ‘레드팀’을 두고, 대통령의 생각을 보다 객관화시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당정 일체를 공식화했을 때는 최소한 지금처럼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두고 논란이 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당정 일체인지 아니면 분리인지가 아니라 대통령이 국정을 잘 이끌 수 있도록 여당이 어느 정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정치는 현실이라는 점을 생각해 이를 인정하며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의 사고가 필요하다. 마치 미국이 로비를 인정한 것처럼 말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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