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박영훈 기자] “중국만 믿었던 애플 뒷통수 제대로 맞은 격”
삼성을 중국에서 거의 쫓아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던 애플의 지나친 ‘중국 사랑’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중국에 올인한 생산시설은 전세계 공급망 차질로 이어졌고, 믿었던 중국인들 조차 ‘애플 사랑’이 식는 모양새다.
20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주까지 애플의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2%나 감소했다. 애플은 그동안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했지만, 중국업체 비보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현재 애플의 주력제품인 아이폰을 포함해 에어팟, 맥, 아이패드의 95%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이는 탈중국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 정부가 애플을 연일 압박하는 이유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폭스콘 정저우 공장 사태가 겹치면서, 아이폰 생산에 직격탄을 맞았다. 폭스콘 정저우 공장은 ‘아이폰’ 최대 생산기지로 지난해 말 코로나19 방역에 반발한 노동자들의 대규모 시위와 탈출극이 벌어진 곳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정저우 공장의 공급망 제한으로 인해 지난해 11월 4주 차부터 판매량이 지속 감소했던 애플은 올해 2월 1주 차까지도 판매량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통상 수익성이 좋은 연말·연초 애플 아이폰이 (중국 공장 사태로) 600만대 가량 부족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도 자사의 중국 의존도가 중대한 공급망 불안을 야기했다고 인정했다.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그곳(중국)에 큰 구멍이 있었다”고 말했다.
애플은 중국 현지 공장에서 아이폰 생산에 차질이 빚으며 지난해 4분기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월가 예상치에 못 미치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1172억 달러를 기록해 예상치 1211억 달러를 하회했다.
중국 공급망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점했던 애플. 외려 이젠 중국이 독이 됐다. 2012년을 기준으로 중국에 있는 애플 제품 생산 장비의 가치는 전 세계 애플의 건물, 소매점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크다. 중국인들도 애플 제품에 열광했다. 결국 애플이 잔치에 취해 중국 의존도를 너무 키운 것이 문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외신들은 “중국에서 제조업을 대폭 축소한 삼성과 대조적이다”고 했다. 삼성은 애플과 중국업체인 화웨이, 샤오미 등의 성장하면서 현지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자, 2019년 중국 공장을 폐쇄했다.
애플은 대안으로 인도 내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최신 기종인 아이폰14의 5~10%를 인도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JP모간은 “2025년까지 인도가 전 세계 아이폰의 25%를 생산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현재 인도의 아이폰 생산은 5%를 밑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인도가 애플 제품 생산에서 맡은 공정은 최종 조립, 테스트, 포장에 불과하다. 이를 위한 부품이 주로 중국에서 들여오기 때문이다. 스티븐 청 블룸버그인텔리전스 기술 애널리스트는 “공장은 이동할 수 있지만 공급망은 이동할 수 없다”며 “인도에는 공급망이 없고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청 애널리스트는 “인도의 인프라는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며 “교통, 유틸리티와 통신 문제를 비롯해 중국과 같은 수준의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