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 14일 이례적으로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빌리기로 한 것에 대해 삼성전자가 올 설비투자 전략을 확대 기조로 정한 의미라는 분석이 나왔다.
16일 남대종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이번 차입 결정에 대해 “삼성전자의 2023년 CAPEX(설비투자) 전략은 축소가 아니라 유지 혹은 확대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남 연구원은 “사실 작년 4분기 급격한 실적 둔화와 함께 캐시 플로우 악화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2023년 CAPEX 전략을 변화(축소)시킬 것이고, 이것이 오히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개선을 앞당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다”며 “그러나 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전략은 중장기 점유율 확대로 기존의 전략이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 연구원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캐시 플로우에 대한 우려가 해소돼야 하는데, 그에 대한 힌트는 4분기 실적 발표와 이번 차입 공시를 통해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삼성전자의 CAPEX 전략은 반도체 업황의 개선 시점을 지연시킬 수 있다”며 “올 1분기 패키지 아웃 제품에 대한 비트 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가 감소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재공 재고가 증가하면서 전체 재고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며, 이로 인해 재고에 대한 부담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올 하반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단기 차입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차입 기간은 오는 17일부터 2025년 8월 16일까지다. 차입 금액은 2021년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 대비 10.35% 규모다. 이자율은 연 4.60%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지분 85%를 가진 자회사다. ‘맏형’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자회사로부터 20조원을 단기 차입하기로 한 것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투자 축소·감산 기조에도 반도체 투자를 축소하지 않고 계획대로 실행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20조원을 밑돌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1분기 적자를 전망하는 증권사 보고서도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