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선임기자]#2025년 1월18일 오후 10시 01분(미국 동부 시간 기준) , 중국군이 지옥의 문을 연다. 수많은 중·단거리 미사일이 대만 전역의 비행장, 정부 청사, 군사 시설물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하는 동시에 오키나와와 괌에 있는 미국의 핵심적 지역 거점 공군기지를 타격한다.
침공에 앞서 중국 특수부대는 대만의 인프라를 파괴하고 대만 고위 지도자들을 살해, 정부의 최고 의사 기구를 무력화하는 등 국민의 공황 심리를 조장한다. 중국의 사이버 전사는 대만의 전력망을 마비시켜 암흑 상태에 빠트린다.
백악관 상황실은 서태평양에서 피투성이가 된 미군의 전력으로는 중국의 침공을 물리칠 수 없다고 판단한다. 결국 확실한 방법은 단 한 가지. 중국 주력군이 항구와 비행장에서 함선과 항공기에 탑승할 때 저위력 핵무기로 타격하는 것이다.
‘정점을 지난’ 중국 “대만 침공의 군사적 도박 가능성”
마이클 베클리 터프츠대 정치학과 부교수와 할 브랜즈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문제연구소 교수의 공저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원제:Danger Zone)에서 그려낸 가장 유력한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된 미중 패권전쟁은 중국의 놀라운 경제성장과 팽창 정책을 바탕으로 향후 수십 년에 걸친 긴 다툼 끝에 중국이 미국을 넘어 패권국이 되는 시나리오가 중심을 이룬다.
그 중 가깝게는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회의(NSC) 중국 담당 러쉬 도시 국장이 쓴 ‘롱 게임’이 있다. 도시 국장은 중국 공산당 문서와 각종 자료를 검토, 2049년 세계 패권을 목표로 중국이 100년간 이어가는 대전략, 야망과 경쟁의 시간을 보여준다.
베클리와 브랜즈는 이런 미중 패권 경쟁 틀을 이어가지만 결정적으로 기존의 관점들과 완전히 다른 시각을 보인다. 미중 패권 경쟁이 막바지에 다다랐으며, 중국은 이미 정점을 지나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이다.
저자들은 중국이 2020년까지 미국과의 격차를 무서운 속도로 줄여 왔으나 그 후 성장 동력이 떨어지면서 경제 쇠퇴의 길에 접어들었으며 이런 추세는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진단한다.
미국과 유럽 등의 경제 제재와 중국의 경제활동인구 급감 등이 이어질 경우 중국 경제는 본격적인 침체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의 이런 내재적 불안 요인은 대만 침공 등 군사적 도박을 야기해 미중 무력 전쟁 위험성을 높이게 된다. 저자들은 그 시기를 2020년대 중으로 못 박고, 4~5년 내 미중 경쟁이 가장 위험한 순간을 맞게 될 것으로 본다.
미국 눈치 보던 중국 “9·11 사태를 확장 정책 기회로”
이들의 예측은 미중 군사 충돌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설명해 온 기존의 주장들과 다르다. 즉 패권국이 신흥 강국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는 기존의 관점과 달리 신흥 강국이 정점을 지나 쇠락기에 접어들었을 때 제국주의적 팽창의 유혹을 느껴 무모한 전쟁을 일으킬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를 ‘레닌 함정’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우선 중국몽(中國夢)의 화려한 여정을 살피며, 정점에 도달한 중국을 조명한다. 열 배로 늘어난 군비 증강과 남중국해 위협, 중국 중심의 지정학적 공간으로 전환하는 일대일로의 구상, 기술 우위의 디지털 실크로드 프로젝트, 중국에 반발하는 국가에 대한 경제 제재와 역정보 등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는 원대한 전략을 압축적으로 들려준다.
이런 중국 부흥 계획은 사실 80~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덩샤오핑은 중국이 평온한 환경과 글로벌 경제에 접근하기 위해 미국과 소원해지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국이 결코 팽창이나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미국을 안심시키는 정책을 폈고,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기 힘들게 무역 및 금융 면에서 깊은 유대 관계를 쌓았다. 아시아 주변국의 환심을 사는 외교 공세도 펼쳤다.
그러던 중 9·11 사태로 중국에 절호의 기회가 온다. 미국이 중동에 휘말리게 되면서 중국은 맘껏 팽창 정책을 펼 수 있었다.
인구 재앙에 따른 경기 침체…대만 침공으로 극복
이젠 야심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중국이지만 미국은 여전히 두려운 대상이다. 저자들이 미국과 함께 위협적 대상으로 정조준한 게 이혼이란 사실은 흥미롭다. 중국 정부는 2018년 이혼 소송 중 38%만 받아들였는데, 인구 감소에 따른 극심한 공포 때문이다.
저자들은 ‘중국의 기적’을 만든 다섯 가지 요소를 짚어내며 그 기회의 창이 닫히려는 징후들, 정치적 병리 현상과 자원 부족 사태, 엄청난 인구 재앙, 심각한 부채에 따른 침체와 경기 후퇴를 전망한다.
문제는 이런 내부적 문제가 결국 지정학적 재앙으로 터져 나온다는 점이다.
그들은 “최악의 지정학적 재앙은 야망과 절박함이 교차할 때 일어난다” 며 “시진핑의 중국은 조만간 이 두 가지 요인이 넘쳐나면서 재앙에 휘말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위주의 정권에 침체가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푸틴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 알 수 있다. 역사적으로는 독일과 1차 세계대전,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에서 확인된다.
중국에게 대만 정복은 직면한 모든 어려움을 타개할 유일한 목표로 상정된다. 중국이 대만을 정복하면 세계적 수준의 반도체 산업을 차지하고, 수십 억 달러의 방위비를 더 멀리 있는 적을 향하는 데 쓸 수 있다. 또 동아시아에서 미국 동맹을 깨뜨리는 것은 물론, 중국 공산당의 정통성까지 세울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떻게 중국을 봉쇄할까?
저자들은 기술 제재와 중국 의존성이 높은 자원의 대체 생산 네트워크 구축, 반중 연합 구축,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 경제 협력 강화 등을 제시한다. 미국으로선 대만 구하기는 필수다.
책은 이미 위험한 단계에 돌입한 현 미중 패권전쟁 속에서 참여를 요구 받고 있는 한국이 이젠 ‘안미경중’의 태도로는 위험 지대를 피해갈 수 없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마이클 베클리, 할 브랜즈 지음,김종수 옮김/부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