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조원 투자 유치 성과 가린 ‘이란’ 발언

전문가들 “3~5% 오를 것이 1% 올라”

“순방 징크스 털어내지 못했다”고 평가

尹 ‘역대급’ 순방 성과에도 지지율은…또 ‘순방 징크스’ [數싸움]
다보스포럼 참석차 스위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다보스 아메론 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강문규·박상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급 경제 외교’란 자평에도 불구하고,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 발언과 맞물려 답보하거나 소폭 상승에 그쳤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에도 ‘순방 징크스’를 털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40조원 투자 유치 성과 가린 ‘이란’ 발언

尹 ‘역대급’ 순방 성과에도 지지율은…또 ‘순방 징크스’ [數싸움]
다보스포럼 참석차 스위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다보스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CEO와의 오찬'에서 스테판 슈왈츠만 블랙스톤 CEO(왼쪽 두번째부터),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제임스 쿨터 TPG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22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1월 셋째 주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36%로 나타났다. 이는 윤 대통령의 UAE·스위스 순방 직전인 지난 10~12일 조사 결과 대비 1%포인트(P) 오른 수치다. 이번 조사는 윤 대통령의 순방 기간인 지난 17~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의 ‘순방 효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긍정평가와 부정평가를 한 응답자 모두 ‘외교’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본 응답자의 경우 17%가, ‘잘못하고 있다’고 본 이들은 15%가 ‘외교’를 이유로 들었다.

윤 대통령이 UAE에서 300억달러(약 40조원)의 투자 유치와 48개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직후 이뤄진 조사인 만큼, 이번 긍정평가엔 ‘경제 외교’ 성과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직전 조사에서 1%P에 그쳤던 긍정평가 이유로서의 ‘외교’는 이번 조사에서 16%P 상승했다. 또한 긍정평가 이유 2위로는 ‘경제·민생’이 직전 조사 대비 6%P 오른 9%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정평가 이유로서의 ‘외교’도 직전 조사 대비 13%P 상승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이란’ 발언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부정평가 이유 2위를 기록한 ‘발언 부주의(10%)’가 직전 조사에선 아예 등장하지 않았던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윤 대통령은 이번 조사 직전인 지난 15일(현지시간)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 장병들과 만나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말했다. 야권에선 이를 ‘외교 참사’로 규정하고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尹, 4번째 순방…“순방 징크스 털어내지 못해”

尹 ‘역대급’ 순방 성과에도 지지율은…또 ‘순방 징크스’ [數싸움]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보통 대통령이 외교 무대에 나서면 (지지율) 3~5% 정도 오르는 거는 기본”이라며 “300억 달러 투자 유치 같은 경제 성과 자체는 그 부정적으로 볼 수가 없기 때문에 3~5% 정도 오르는데, 그런데 이게 지금 1% 정도 올랐다는 얘기는 사실은 점수를 더 까먹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순방에서 ‘이란’ 발언을 한 것 외엔 큰 실수는 사실 없다”며 “외교에서 300억 달러 성과가 있지만 냉철하게 보면 그나마 좋은 성과마저도 이란 발언으로 다 소진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그동안 유지되어온 순방 징크스를 털어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이번 순방이 네 번째로, 지난 세 차례의 순방 당시에도 갖은 논란이 일며 지지율 역시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6월 3박 5일간 진행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스페인 방문 당시엔,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배우자가 동행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나토 순방 이후 6%P 하락했다.

지난해 9월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에선 이른바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 논란과 더불어 욕설 논란까지 일었다. 또한 엘리자베스 여왕 조문 패스 논란과 빈손 외교 논란도 함께였다. 해당 순방 이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5%P 떨어졌다. ‘날리면’ 논란은 지난해 11월 세 번째 순방인 동남아 순방길까지 이어져,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 배제 논란으로까지 번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