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대신 갚은 전세보증금 지난해 9241억원

전세사기 안전판, 보증금 인상 오명

1조원 줄줄, 밑빠진 독 전세보증보험…가입주택 절반이 '깡통주택' [부동산360]
[연합]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전세보증보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급한 보증보험금이 1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보증금 보험에 가입한 임대사업자 보유 주택 중 절반 이상이 '깡통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HUG의 재정건전선은 물론, 보증보험제도 자체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인 임대사업자가 임대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한 주택은 51만4936가구, 개인 임대사업자가 가입한 주택은 19만490가구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으로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된 2020년 8월 18일 이후 지난해 11월 말까지 가입 주택을 집계한 수치다.

임대사업자 보증보험 가입 주택이 총 70만9026가구인데 이중 54%인 38만2991가구는 집주인의 부채비율이 8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은 집주인의 주택담보대출 등 담보권 설정 금액과 전세 보증금을 합한 금액을 집값으로 나눈 수치다.

이 비율이 80%를 넘으면 집을 처분해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수 있어 '깡통주택'으로 칭한다. 해당 주택에 대출이 없더라도 집값 하락기에 주택가격이 전세보증금보다 낮아지면 제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개인 임대사업자 보유 주택 중 깡통주택 비율이 55.7%(10만8158호)로 법인 보유 주택(53.4%)보다 높았다.

지역별로는 울산(68.5%), 광주(63.2%), 인천(60.0%) 순으로 개인 임대사업자 보유 깡통주택 비율이 높았다. 서울과 경기에선 각각 59.1%, 60.6%가 개인 임대사업자의 부채비율이 80% 이상인 주택이었다.

특히, 서울 강서구에서는 개인 임대사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한 주택 79%(1만22가구)가 깡통주택으로 전국에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수도권에는 개인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주택이, 비수도권은 법인 임대사업자 가입주택이 많다.

법인 보유 주택 중 깡통주택 비율은 경남(74.3%), 전북(70.2%), 경북(67.5%)에서 높았다.

보증보험 가입 주택은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되면, HUG가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내준다. 이후 임대인에게 이를 청구하지만, 최근 '빌라왕' 사례처럼 임대인이 사망하거나 도산·잠적하면 공기업인 HUG가 고스란히 손실을 보게 된다.

지난해 HUG가 집주인 대신 임차인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은 9241억원에 이른다. 2021년(5040억원)보다 83.4% 급증한 수치다.

한 해 동안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가 1조1731억원 규모로 났지만, HUG가 임대인에게 회수한 금액은 2490억원(21%)에 불과했다. 7000억원가량 손실을 본 것이다.

이에 따라 HUG의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상반기 중 정부 출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지 않으면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상품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HUG의 보증보험은 세입자들의 안전판 역할을 하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최근 벌어진 전세사기 사건에서는 보증보험 의무 가입 대상이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면서 일부 임대인들이 제도를 악용한 정황이 나타난다.

세입자는 집주인의 신용에 의구심이 들거나, 전세가와 매매가가 같더라도 보증보험을 통해 보증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임대인의 '깡통전세' 계약 요구를 승낙할 가능성이 높다.

시세 파악이 어려운 신축 빌라의 경우 HUG 보증가입 때 집값을 부풀려 전셋값을 매매가격보다 높이는 일도 있다.

HUG는 보증 가입 기준을 공시가격의 140%로 적용하고 있는데, 집주인들이 이 비율에 맞춰 전세 보증금을 올리기도 한다.

1조원 줄줄, 밑빠진 독 전세보증보험…가입주택 절반이 '깡통주택' [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