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30일 발표한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0%다. 그래서 연간으로는 5.1% 올랐다. IMF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1998년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나같이 다 올랐다.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가공식품, 개인서비스, 전기·가스·수도 어디 하나 쉬어간 데가 없다.

아쉬움이 크다. 지난 7월(6.3%) 정점을 찍은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였던 물가다. 달러당 1300원을 훌쩍 넘었던 환율이 1200원대에서 안정된 상태다. 심지어 6개월 만에 최저 기록도 나왔다. 당연히 수입물가 하락 요인이다. 그래서 은근히 4%대 소비자물가를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12월에도 결국 5% 벽을 뚫지 못했다. 연간으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내년이다. 물가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경기하락으로 인한 수요 감소는 가장 중요한 물가 하방 압력이다. 외식을 중심으로 개인 서비스가격 상승 추세가 둔화되는 현상은 벌써 나타난다. 게다가 올해 워낙 많이 올라 내년엔 역기조 효과가 크다. 문턱이 높으니 그걸 넘어서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 봐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없다. 겉으로 보이는 물가상승률은 낮다 해도 오른 게 그대로 가는 것이니 알맹이는 고물가의 지속이다. 물가 착시는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그나마 통계청은 “물가 하락 속도가 더딜 것”이라고 점잖게 얘기하지만 사실 수치상 하락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전기요금, 공공요금 등이 줄줄이 인상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꾹 눌러 미뤄왔던 일이라 피할 길도 없다. 서울 지하철과 버스 요금은 내년 4월부터 오르는 게 확정됐다. 인상폭만 남았다. 못 돼도 300원이다. 20%를 훌쩍 넘는다. 6년 만에 올리는 것이니 참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원가 대비 운송 수입비율(요금 현실화율)이 지하철은 60%, 버스는 65%에 불과하다. 더 올리지 말라고 하기도 어렵다.

전기요금도 인상 방침이 발표됐다. 언제 얼마나 올릴지만 미정이다. 적정 인상 수준이 kWh(킬로와트시)당 51.6원이라고 나왔다. 올해(kWh당 19.3원) 인상의 거의 3배다. 그렇게 해도 한국전력의 내년 적자가 14조원을 넘는다니 뭐라 할 말도 없다. 유류세도 당장 내년 1월부터 인하율이 37%에서 25%로 축소된다.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거의 100원 올라간다. 이미 올린 우유 가격도 가공식품에 순차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설 명절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가능성도 여전하다.

물가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야 하는 우울한 연말연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