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의 남산공방] 전략과 전술, 그리고 핵무기

최근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에는 장거리 대륙간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다양한 사거리의 중단거리 미사일도 포함되고 있다. 중단거리 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하면 전술핵무기로 불리는데 북한은 이미 2021년 노동당 8차대회에서 김정은이 전술핵무기 개발 돌입을 직접 선언한 상태다.

한반도에서는 1991년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일방적 핵 군축 결정으로 주한미군 핵무기가 철수한 이래 전술핵무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날 북한은 전술핵무기 개발을 주장하고 있고, 우리 사회에서는 북핵 위협 대응을 위한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여기서 전술핵무기는 전략핵무기가 아니라는 의미다.

역사적으로 핵시대가 처음 개막했던 시점에서는 핵무기 종류 구분이 비교적 명확했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서로의 충돌을 대규모 세계전쟁 과 유럽 등 지역적으로 한정된 제한전쟁 으로 구분하고 있었다. 그때 대규모 세계전쟁에 대비해서는 전략핵무기가 준비됐고, 미국은 유럽의 제한전쟁에서 소련의 대량 재래식 군대에 맞서기 위해 전략핵무기와는 다른 종류의 핵무기가 필요했다. 마침 핵무기의 소형화가 달성되자 미국은 유럽에서의 재래식 전쟁을 핵무기로 지원하면서도 전략핵무기가 사용되는 대규모 세계전쟁으로의 확전 방지를 기대하며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련 역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게 됐다.

이렇게 등장한 전술핵무기는 지정학적 경쟁과 과학기술의 변화와 함께 그 개념과 용도 역시 변화해왔다. 첫 번째로는 전술핵무기의 양적 규모가 변화했는데 탈냉전과 함께 미국의 전술핵무기 규모는 미소 군비통제 협정과 일방적 군축 조치를 통해 크게 감소했다. 두 번째로는 기술적 변화도 일어났는데 군사기술 발전과 함께 대규모 재래식 전쟁에서 핵무기의 지원 역할은 첨단 정밀 재래식 무기로 대체됐고, 동시에 최신 군사기술들은 핵무기 투발수단을 현대화하며 다양한 파괴력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그 덕분에 미국의 핵태세보고서(NPR)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핵무기 현대화와 함께 저위력 핵무기 개발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경향은 과학기술 발전이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의 차이를 감소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세 번째로는 핵무기 효과에 대한 기대의 변화라 할 수 있는데 전술핵무기 사용에도 전략핵무기 사용까지 확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에 대한 반박이 커지고 있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윌리엄 페리는 최근 저서에서 소규모 핵무기라도 사용되는 순간 대규모 핵전쟁으로의 확전을 피할 수 없으므로 전술핵무기와 전략핵무기 구별은 불필요하다고 한 바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반도에서 북한의 전술핵무기 개발은 냉전 초기 미소 양국의 전술핵무기와는 달리 정치군사적이면서 심리적 의도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오늘날은 전술핵무기 개념의 변화와 함께 비전략 및 저위력 핵무기 등의 용어가 혼용되는 시대다. 따라서 북한의 전술핵무기 개발 선언에 대한 평가와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 재배치 논의에서도 특정 시대의 경험에만 의존하기보다 지정학, 과학기술, 인식의 변화를 모두 반영할 필요가 있다.

김광진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공군대학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