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이 2022년 한국 사회를 표현한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선택했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1000여명의 설문응답 교수 중 절반이 그걸 점찍었다.

오죽하면 ‘덮을수록 더욱 드러난다’는 뜻의 ‘욕개미창(慾蓋彌彰)’이나 ‘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며내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한다’는 ‘문과수비(文過遂非)’, ‘좁은 소견과 주관으로 사물을 그릇되게 판단하다’는 ‘군맹무상(群盲撫象)’ 등 꽤 많은 교수가 추천한 사자성어도 과이불개의 하위 개념이다. 위정자들의 잘못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한국 사회의 대표적 지식인인 교수들이 선정한 역대 사자성어는 집권시기에 따른 혹독한 평가를 반영해왔다. 집권 첫해와 마지막 해엔 특히 그렇다. 노무현 정부는 우왕좌왕으로 시작해 자신을 속이고 남도 속이는(自欺欺人·자기기인) 것으로 끝났다. 이명박 정부는 남의 충고를 듣지 않는다(護疾忌醫·호질기의)고 질타당하며 출발해서 온세상이 다 혼탁하다(擧世皆濁·거세개탁)로 마무리됐다. 박근혜 정부는 순리와 정도를 벗어나 억지로 강행한다(倒行逆施·도행역시)는 비난을 받더니만 결국 임금은 배고 백성은 물(君舟人水·군주인수)이란 말을 들으며 탄핵당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희망과 기대를 잔뜩 받으며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보기 힘든 파사현정(破邪顯正·사악한 것을 부수고 생각을 바르게 한다)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고양이와 쥐가 한패가 됐다(猫鼠同處·묘서동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도둑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는 것보다 가혹한 평가가 또 있을까.

신이 아닌 이상 잘못은 누구나 한다. 문제는 알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래 공자가 논어의 위령공편에서 말한 것도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 잘못’이라는 의미다. 방점은 ‘고쳐야 한다’는 데에 있다. 공자가 제자 중에 안연을 특히 좋아한 이유는 그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았기 때문(불이과 不貳過)이다. 하지만 오늘날 정치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하다. “이전 정부는 더했다”거나 무턱대고 “야당 탄압”이라고 우기는 식이다. 더 하고 덜 하고도 없다. 여야가 똑같다.

그럼에도 과이불개를 더욱 부끄러워하고 불이과에 나서야 할 쪽은 집권 말기의 평가를 받아야 할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다. 역대 정권들이 집권 초기의 질타나 기대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개선했으면 그처럼 가혹한 평가를 받으며 정권말을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5년 후를 두려워해야 한다. 그보다 먼저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래야 고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