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부상 업종 중 조선 실적악화 부각
강재가격 상승에 따른 ‘공손충’ 설정 기인
“흑자전환 내년 기약해야”
수주폭주·선가상승에 따른 중장기 수익회복 가능성 ↑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최근 주식시장에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이른바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이차전지·방산·원자력)’ 업종 중에서 유독 조선산업의 실적이 악화 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된 조선사들의 수주 폭주에도 과거 수주분의 원가 상승으로 인한 예상손실을 즉시 공사손실충당부채(이하 공손충)로 설정하는 재무처리 영향이 크다. 향후 원자재 가격 상승 예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선가 협상시 ‘버퍼(여유금액)’를 둘 수 있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그렇지 않을 경우 원가 변동에 따른 손실액은 현재와 같이 고스란히 조선사 부담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이자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이 265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8973억원)와 비교해 적자 폭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매출은 4조188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3% 증가했다. 순손실은 1056억원으로 적자 폭이 축소됐다. 한국조선해양은 조선·해양플랜트 분야의 수주 증가로 매출은 증가했지만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철판) 가격을 포함한 원자재값 상승 여파로 영업적자가 세 분기 연속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연결 기준으로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이 2558억원이다. 지난해 동기(4379억원)와 비교해 적자 폭이 줄어들었지만 19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1조426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6.9% 감소했다. 순손실은 391억원으로 적자 폭이 축소됐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초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설계 단계였던 러시아 프로젝트들이 다소 지연되면서 계획 대비 매출 차질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상선 건조물량이 증가하고 경기 평택 반도체공장 건설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매출이 상반기 대비 15%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중공업은 또 후판가격 상승에 따른 예상비용 증가분 1800억원을 추가로 반영하면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전했다. 2분기 세전이익은 321억원으로, 2017년 3분기 이후 19개 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됐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지난 1분기 원자잿값 상승 여파로 적자를 냈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4701억원이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후판가와 외주비가 크게 오르자 4000억원가량의 공손충을 반영한 결과다. 2분기 실적은 오는 16일 발표 예정이다. 하반기에도 하청노조 파업에 따른 조업 중단에 따른 피해액이 반영되면서 흑자 전환 시기가 덜 멀어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종훈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2021년 이후 조선사 적자의 상당부분은 공손충 설정에 기인하고 있다”며 “조선 3사의 최근 분기별 영업이익률 추이를 보면, 각사의 수익성이 공손충 순전입액(전입액-환입액)과 괘를 같이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강재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2021년 이후로 공손충으로 인한 저하폭이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공손충 인식시 선제적인 비용 반영의 효과로 추후 손익의 하방위험이 낮아질 것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공손충 인식 원인이 특정 프로젝트에 국한된게 아니고 수주잔고 전반에 걸친 원가 상승위험에서 기인했다는 면에서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준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국내 조선사의 수주잔고가 크게 확충됐고, 2022년 들어서는 상반기에 이미 연간 수주 목표량의 70% 이상을 수주했지만 2022년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러나 최근 신규수주 증가로 점진적으로 외형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고정비 부담 완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