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새 주인을 찾는 쌍용자동차의 여정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쌍용차의 장기 생존을 위해 자금력뿐만 아니라 미래차 시대 경쟁력을 위한 기술 투자 의지와 역량이 있는 기업이 인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쌍용차의 매각 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오는 11일까지 쌍용차 인수제안서를 접수하고, 13일 최종 예비 인수자를 선정한다. 인수 후보인 KG그룹과 쌍방울그룹, 파빌리온PE, 이엘비앤티(EL B&T) 등 4개 기업 모두 인수제안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관심은 어느 후보가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내며 예비 인수자로 낙점받을 지에 쏠려 있다.
하지만 앞서 두 차례에 걸친 쌍용차 매각 결과를 살펴보면 단순한 자금력보다 쌍용차의 미래 비전에 대한 의지와 역량의 중요성이 명확해진다.
앞서 1999년 기업 재무 구조 개선 작업에 돌입한 쌍용차는 2004년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됐다. 상하이차는 인수 당시 1조2000억원을 쌍용차에 투입해 연간 차량 생산을 30만대로 늘릴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인수 후 신차 개발도 없었다. 오히려 디젤 하이브리드 중앙통제장치와 디젤 엔진 등 당시 최첨단 기술들이 중국으로 유출됐다는 이야기만 돌았다.
2011년 쌍용차 지분 약 72%를 5225억원에 사들인 마힌드라 그룹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 개발에 총 3500억원을 투입하며 2016년 반짝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로 자국 시장 내 위기를 겪은 데다 전기차 전환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가 투자 중단을 선언했다. 그 결과 쌍용차는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쌍용차는 자체적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R&D) 조직 개편 등에 나섰다. 하지만 의욕을 가지고 기술 개발에 투자할 모기업이 없어지자 한계에 봉착했다. 2019년 약 1897억원이었던 쌍용차의 연구개발비는 2020년 1565억원으로 300억원 넘게 줄었다. 지난해에는 1032억원으로 급락했다. 쌍용차를 인수하는 기업이 재무개선을 비롯해 미래차 기술 개발에 거액의 투자금을 내놓아야 할 절실한 이유가 있는 대목이다.
물론 자금만 많다고 기술 개발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테슬라나 현대차그룹처럼 미래차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선 자동차 고유 기술 외에도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기술을 그룹 내에서 일부라도 수직 계열화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쌍용차를 중심으로 자사 그룹 역량을 재정비할 정도의 비전을 가진 기업만이 가능하다.
쌍용차는 지금까지 ‘SUV 명가’로 경쟁력을 쌓아왔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엔 기존 내연기관과는 전혀 다른 경쟁력과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SUV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쌍용차에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장기적 안목을 가진 ‘진짜 주인’이 나타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