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난해 2월 세계최초 HBM-PIM 개발
SK하이닉스 1년 만에 GDDR 기반 PIM으로 맹추격
뉴로모픽 개발 경쟁으로 진화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람을 닮은’ 반도체 기술 개발 경쟁이 뜨겁다. 저장과 연산 기능을 통합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PIM(Processing-In-Memory) 개발에 성공하면서 시장에서의 고성능·고효율 반도체 기술 경쟁 우위를 점하게 됐다. 두 회사는 나아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으며 사람의 두뇌와 가까운 반도체 기술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연산+저장’ PIM 개발 경쟁,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장군·멍군'
17일 재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그래픽 D램인 GDDR을 기반으로 한 PIM ‘GDDR6-AiM’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광대역폭메모리(HBM) 기반의 ‘HBM-PIM’을 개발한지 약 1년 만에 추격의 발판을 놓았다.
PIM은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기능이 추가된 것으로 AI와 빅데이터 처리 분야에서 데이터 이동 정체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연산과 저장을 통합한 만큼 기존의 D램보다 속도와 효율 측면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이번에 SK하이닉스가 개발한 GDDR6-AiM은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함께 탑재하면 일반 D램보다 특정 연산 속도가 최대 16배까지 빨라진다. PIM의 자체 연산으로 CPU·GPU로의 데이터 이동을 줄여 에너지 소모도 80% 저감된다.
삼성전자의 HBM-PIM은 AI 시스템에 탑재할 경우 기존 HBM보다 성능은 2배 향상되고 시스템 에너지는 70%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메모리 내부에서 연산처리가 가능해 CPU와 메모리 간 데이터 이동이 줄어 AI 가속기 시스템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트너인 자일링스, AMD 등과 함께 이같은 기술 개발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엔 자기저항메모리(MRAM) 기반 인-메모리(In-Memory)컴퓨팅 연구결과를 영국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HBM 기반 PI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후 경쟁사들의 PIM 연구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차세대 메모리 PIM의 장점으로 인해 메모리의 융복합화는 이전부터 진행되어왔다”고 설명했다.
뉴로모픽 반도체 개발 흐름으로…인간 뇌신경까지 ‘복사’
고성능 메모리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의 융복합화는 기술 개발의 중요한 흐름이 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의 진화로 데이터 용량과 처리수준이 점차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인-메모리 컴퓨팅 기술 개발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해 3월 IEEE IRPS(국제신뢰성심포지엄)에서 AI 기술을 기반으로 모든 기기가 통합되는 새로운 정보통신기술(New ICT) 시대의 메모리반도체는 성능 한계 극복을 위해 메모리와 처리장치(Logic)가 융합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GDDR6-AiM의 기술을 확대해 AI반도체 기업인 사피온(SAPEON)과 AI반도체를 결합한 기술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같은 기술 흐름은 향후 사람의 뇌신경을 모방한 뉴로모픽(Neuromorphic) 반도체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신경망 구조를 본뜬 뉴로모픽 반도체는 모든 칩을 병렬로 연결해 연산과 저장을 한 번에 할 수 있다. 뇌 신경망 구조를 활용하는 것은 진화한 부분이지만 연산과 저장의 융합 측면에선 인-메모리 컴퓨팅과 개념이 비슷하다.
인텔, 삼성전자, IBM, 퀄컴 등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이 뉴로모픽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IBM는 2014년 트루노스를 선보였으며 인텔은 2017년 로이히 칩을 개발하고 지난해 성능이 더 향상된 로이히2 개발을 발표했다. 퀄컴은 2013년 제로스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하버드 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논문을 게재하고 뉴로모픽 칩에 대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뇌 신경망에서 뉴런이 보내는 전기 신호를 나노전극으로 측정, 지도화해 복사하고 파악된 내용을 반도체에 적용하는 방법을 구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