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창사 이래 첫 개발자 채용

자율운항 분야 인력 부족한 아비커스

올해만 개발인력 1만4514명 부족 추정

“개발자님, 제발 우리 기업 와주세요” 현대重·두산이 애타는 이유는? [비즈360]
[123rf, 대우조선해양·두산중공업 제공, 망고보드]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한 스타트업 쇼핑몰 플랫폼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A(27) 씨. 최근 몇년 새 다른 여러 기업으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던 중 한 조선사 경력사원 채용에 지원했다. IT·금융업 위주에서 차별화된 분야기도 하고, 조선업에서도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가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대기업 계열사로 옮기면 만족스러운 급여와 복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이직 이유였다.

인터넷 기업, 게임사 등 정보기술(IT) 업계뿐 아니라 금융, 유통까지 전방위로 퍼져나가는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확보 전쟁에 조선·중공업계도 뛰어들었다. 생산기술직 중심으로 채용하던 중후장대 산업에서도 거세지는 디지털 전환 흐름에 맞춰 개발자 등 핵심 인재 재편에 나선 것이다. 조선업이 살아나면서 관련 업계 생산직 공채가 7, 8년 만에 재개된 가운데, 조선·중공업 기업들이 채용에 속도를 올리면서 개발 인력까지 흡수하려는 경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창사 이후 처음으로 디지털 전환(DT) 분야 전문 강사를 채용했다.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앞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데이터분석,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과 관련된 교육 및 컨설팅을 제공하며 체계적인 인재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9년 ‘스마트 SHI’ 프로젝트를 수립해 조선소 전 영역에 걸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업무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개발자님, 제발 우리 기업 와주세요” 현대重·두산이 애타는 이유는? [비즈360]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1월 개최된 ‘CES 2022’ 현대중공업그룹 전시관 조감도. 가운데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의 선박이 전시돼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그룹의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 역시 개발자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 자율운항 주요 기술인 ‘인지·판단·제어’ 중 제어는 기존에 확보한 조선업 인력으로 일정 부분 수급할 수 있지만 인지·판단 분야 인력 확대가 급선무기 때문이다. 아비커스 측은 자율운항 선박 시장의 사업 기회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해 공격적으로 인력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개발자 몸값이 점점 올라가는 실정에 아비커스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그동안 경력사원 위주로 채용했던 가운데 지난 1월부터 신입사원 채용도 상시 진행하고 있다. 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원석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스타트업 특유의 자유롭고 배울 수 있는 환경에 더해 IT업계 최고 수준의 급여에 대기업 수준의 복지를 무기로 내세웠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인 현대제뉴인도 지난해 현대건설기계와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통합된 후 처음으로 진행한 공채에서 타 직군 대비 연구개발(R&D) 인력을 4배수로 채용했다. 미래 AI, 무인화 등 미래 신기술 원천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 인력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두산그룹도 일찌감치 디지털 조직을 신설하고 개발 인력 충원에 집중하고 있다. ㈜두산은 2018년 동양전신기술㈜의 사명을 두산디지털이노베이션(DDI)으로 변경하고 보안솔루션, 블록체인 업체 등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자체 NFT(대체불가토큰) 플랫폼 ‘두버스’에 NFT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를 공식 오픈하고 서비스도 시작했다. 두산중공업 역시 2013년부터 데이터분석팀과 디지털솔루션팀 등로 구성된 ‘디지털 이노베이션’ 조직을 운영해 발전소 모니터링 등 솔루션을 자체 개발 중으로 두산 그룹 전체에서도 개발자가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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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개발 인력 영입 전쟁이 치열해지는 건 기업들의 수요에 비해 개발자 인력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주요 IT 분야에서 부족한 인력은 2020년 4967명, 지난해 9453명, 올해는 1만4514명으로 추정돼 해마다 배로 늘어나고 있다.

조선·중공업계는 상대적으로 IT·금융 대비 개발 인력 보유 규모가 적으면서 수요는 점점 커지고 있어 개발자 수급에 애를 먹고 있다. 치솟는 처우 수준을 맞추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선 중공업 시장에서 어떤 기업이 두각을 드러내는지 명확해질 경우 이 분야에서도 개발자 쏠림 현상이 예상돼 영입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개발자 영입 전쟁이 치열해진 데에는 장기 불황을 이겨내고 다시 수주 호황에 접어든 점도 작용했다. 지난해 2013년 이후 최대 규모로 수주하며 향후 수년치 일감을 쌓아놨기 때문에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한 여력이 생긴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 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올초 5년 내 최대 규모로 생산기술직 및 신입·경력사원을 채용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도 각각 7년, 8년만에 채용을 재개해 현장 인력 수급을 준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1월 설계, 생산관리·품질, 연구개발 경영지원 등 신입 및 경력사원을 채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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