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삼성전자·SK하이닉스 속한 한국이 3분의1
피터 베닝크 CEO “한국과 반도체 협업 통해 생태계 이끌 것”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첨단 공정에 쓰이는 반도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해 글로벌 반도체 제조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슈퍼 을(乙)’ ASML의 지난해 매출 중 3분의 1 가량이 한국 기업들에게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ASML은 2021년 연간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위치한 한국에서 62억2300만 유로(약 8조5000억원)를 벌어들였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 186억1100만 유로(약 25조4000억원)의 약 3분의 1 수준에 해당하는 것이다.
해마다 ASML의 한국 기업들 대상 매출 비중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에는 ASML 전체 매출의 18%(22억210만유로)가 한국 기업들에게서 나왔으나, 2020년에는 이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29%(41억5160만유로)를 차지했다.
전세계 기준으로 ASML의 최고 매출 고객은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의 TSMC이다. 지난해 TSMC가 위치한 대만 매출 비중은 39%(73억2790만유로)로 나타났다. 2019년 45%, 2020년 33%를 기록하며 수년간 ASML의 최대 매출처 입지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ASML은 보고서를 통해 자사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기업들이 위치한 국가가 지정학적으로 불안정한 곳들이란 점을 인정했다. 회사는 “한국과 북한의 분단으로 인해 ASML의 사업이나 재정상태가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며 “대만과 중국의 갈등 관계 등이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세계적인 칩 부족, 디지털 인프라의 가속화 등에 의해 (ASML의) 매출 성장이 나타났다”며 “(지난해) 대만과 한국은 전 세계 수요를 충족시키며 가장 지리적으로 넓은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ASML은 자사의 핵심 고객인 삼성전자와 인텔, TSMC를 거론하며, 이들 3개 기업의 지분 투자 행보도 전했다. 보고서 내용과 외신 등을 종합하면, 현재 3개 기업 중 삼성전자만이 유일한 ASML의 지분 보유 기업인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 공정가치금융자산 중 ASML 보유주식 수는 629만7787주(전체 지분의 1.5%)이다.
한편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열린 국내 최대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코리아 2022’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와 “한국과 ASML은 협업을 통해 반도체 생태계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