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내년 경항모 예산 72억원 중 5억원만 반영
軍, 내년 예산에 반영한다지만 계획 차질 가능성
해군, 연구용역 긍정적 결과에도 삭감되자 ‘당혹’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항공모함 보유국 대한민국으로 가는 항로가 험난하기만 하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한국형 경항공모함(CVX) 관련 예산 약 72억원을 대폭 삭감하고 5억원만 반영했다.
애초 정부는 내년도 경항모 예산으로 기본설계 착수금 62억4100만원, 함재기 자료 및 기술지원(FMS) 예산 8억4800만원, 간접비 9900만원 등 총 71억8800만원을 제출했다.
그런데 국방위 예산소위가 전날 사업 적정성 재검토 등을 이유로 보류한 데 이어 이날 국방위 전체회의가 자료수집과 조사를 위한 국내외 출장비 등 간접비용 5억원만 의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총 2조6497억원을 투입해 내년부터 2025년까지 기본설계를 마친 뒤 2025년부터 상세설계와 함 건조를 거쳐 오는 2033년께 3만t급 경항모를 국내 연구·개발을 통해 확보한다는 해군의 구상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향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남아있긴 하지만 국방위에서 의결된 안이 수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 전반적 분위기도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해군의 기본입장은 존중해야 하지만 서둘러서 될 일은 아니다”며 “계획이 철저히 준비되고 이 정도면 할 수 있겠다고 할 때까지 이해시킬 수준이 돼야 하는데 아직 안 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아직 경항모 필요성 유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고, 필요하다고 해도 비용 분석이 전혀 안 돼 있다”면서 “주장비(전투기)에 따라 갑판 등 모든 것이 바뀌는데 주장비를 포함해 총괄비용이 분석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해군은 당혹스런 기색이다.
일각에선 국회가 작년 경항모 관련 예산 101억원을 전액 삭감하고 연구용역비 1억원만 편성하면서 객관적·종합적 논의를 위해 실시하라고 한 연구용역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삭감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국방부가 국회 요구에 따라 한국국제정치학회를 통해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실시한 연구용역 결과에서는 경항모와 관련 “미중 전략경쟁 본격화와 동북아 국가의 해군력 강화 현실 속에서 한반도 및 동북아 유사시에 대비하는 미래 전략자산으로 확보가 필요하다”며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안보능력 구축 및 국방력을 운용하면서 유사시 방위·억제 능력 확보수단이 될 수 있다”고 필요성을 인정했다.
또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사업타당성 조사에서도 핵심기술을 비롯한 개발완성도 측면에서 ‘리스크’가 있지만 조건부 타당성 확보 결론이 나온 바 있다.
해군 관계자는 “사업타당성 조사와 연구용역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왔는데 아쉬운 측면이 있다”며 “내년 기본설계를 위한 예산이 불투명해진 만큼 애초 계획한 2033년 경항모 확보 구상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군 당국은 변화된 여건과 주어진 예산 범위 내에서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이날 “5억원은 간접비용이라 많이 부족할 수 있지만 사업타당성 조사와 소요과정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도록 준비해 내년 예산 심의 때 국회가 확신을 갖도록 준비하겠다”며 “내년 예산 심의 때 72억원과 다음 반영할 것까지 반영해 인정해주면 해군이 원하는 전력화 시기를 맞출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