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 공항 테러 주도자 암살에 변형 헬파이어 미사일 사용

미사일 내부에 6개의 칼날…별칭 '나르는 진수', '닌자 폭탄'

테러 세력, 미 공습 피하려 아동이나 여성 방패막이 사용

오바마 정부서 목표물만 제거하는 칼날 미사일 개발 나서

[김수한의 리썰웨펀] 바이든, IS 응징에 '닌자폭탄' 썼다…'하늘에서 쏟아지는 칼날'
미국이 27일(현지시간) 카불 공항 테러 주범을 드론으로 공습해 IS 수뇌부 2명을 제거했다. 사진은 공습 당시 IS 수뇌부가 타고 있던 차량. 와이퍼가 그대로 남아 있다. [신화]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미국이 카불 공항 테러 세력을 응징하기 위해 사용한 무기가 드론에 장착한 변형 헬파이어 미사일 AGM-114R9X인 것으로 확인됐다. 폭발하면 칼날이 튀어나와 표적만 살상하는 최첨단 암살 무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전날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낭가하르주에 드론 1대를 보내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을 공습할 때 사용한 무기가 'R9X'라고 미 관리를 통해 확인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카불 공항 테러에 대한 보복 공습을 가해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인 'IS 호라산'(IS-K) 고위급 두 명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주(州)에서 전날 공격용 무인기를 통한 공습으로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쳤다. 민간인 사상자는 없었다고 미군은 밝혔다.

다만 공습 현장 인근에서는 이번 공습으로 사망자가 3명, 부상자가 4명 발생했다는 증언이 나온다고 WSJ는 전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목표물을 타격했다며 목표물은 "IS-K의 기획자와 협력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추가 테러도 계획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인 피해가 없었고, 차량에 탑승한 표적만 제거했다는 점에 비춰 이날 사용된 무기는 드론에 장착된 R9X일 것으로 추정됐다.

R9X는 표적을 폭탄으로 폭파하는 대신 하늘에서 칼을 내리꽂아 대상만 정밀타격하는 무기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무기는 최종 발사 시점에 미사일 내부에 장착된 6개의 칼날이 튕겨져 나와 목표물을 향해 날아간다. 폭약이 든 탄두 대신 칼날을 장착한 것이다.

▶미 첨단 드론에 칼날 장착한 미사일로 IS 응징=NBC 방송은 이번 미국의 공습으로 살해된 IS-K 대원은 조력자와 함께 자동차에 타고 있었다고 군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R9X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개발됐다.

미국이 알카에다 수괴 오사마 빈 라덴 제거작전을 벌이려고 할 때 R9X와 비슷한 미사일이 작전 수단 후보 중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R9X 개발이유는 대(對) 테러전 공습 시 민간인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서 2019년 R9X를 소개하는 기사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나오면 미국의 전략적 목표에 대한 대중과 동맹의 지지가 약화할 수 있다"고 미사일의 개발 취지를 설명했다.

테러단체들이 미국 공습에 '적응'하면서 여성과 아동을 공습을 막는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점도 R9X 개발 이유 중 하나였다.

미국에서 1970~1980년대 나뭇가지를 자르는 광고로 유명한 칼 상표 '진수'(Ginsu)를 따서 '나르는(Flying) 진수'나 '닌자 폭탄'(Ninja Bomb)으로 불리기도 한다.

R9X가 처음 작전에 사용됐을 때는 2017년이다.

그해 2월 미국 중앙정보부(CIA)가 시리아에서 드론을 사용한 공습작전으로 알카에다 2인자 아흐마드 하산 아부 알-카르 알-마스리를 살해했을 때 R9X가 이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CIA는 당시 공습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당시 알-마스리가 탄 승용차는 미사일에 맞아 지붕에 타원형으로 구멍이 났으나 폭발로 불에 탄 흔적은 없었다.

또한 전면유리가 깨졌는데 전면유리 와이퍼는 손상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표적에만 손상을 입힌 것이다.

최근 3년간 R9X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 사례는 총 10여건에 그친다.

대체로 아프간과 시리아,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등에서 테러단체 수괴를 제거할 때 사용됐다.

미국은 이번에 IS-K 대원을 공습할 때 공격용 무인기 'MQ-9 리퍼'를 동원했다.

'하늘의 암살자'로 불리는 MQ-9 리퍼는 AGM-114 계열 헬파이어 미사일 14발 또는 헬파이어 4발에 GBU-12 레이저유도폭탄 2발 등을 탑재할 수 있다.

최고속도는 시속 482㎞이며 항속거리는 5926㎞에 달한다.

완전무장한 상태에서도 14시간을 체공할 수 있다.

이런 제원의 MQ-9에 R9X 미사일을 달면 어마어마한 암살 무기가 된다.

미국으로선 위치만 파악하면 세상 누구라도 조용히 살해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을 통한 암살 또한 인권 침해나 국제법 위반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레타 테일러 부국장은 "미국이 특정인을 살해하길 원한다고 그것이 합법적이라고 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미군 당국은 IS의 추가 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IS 응징 보복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R9X의 용처는 확대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IS 응징과 관련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다"며 "우린 극악무도한 공격에 연루된 이들이 누구든지 계속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응징 계속…24~36시간 내 테러 가능성"=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우리 군과 무고한 시민을 공격한 테러 집단을 추적하겠다고 했고, 이미 쫓고 있다"면서 "누구든 미국에 해를 입히고 미군을 공격하려 할 때 대응할 것이며, 그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 상황은 계속 극도로 위험하고 공항 테러 위협은 여전히 크다"면서 "군 지휘관들은 24∼36시간 내 공격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고 우려했다.

아프간 미군 철군 시한은 오는 31일로 사흘 남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군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라고 지시했고, 현장에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권한과 자원, 계획을 갖도록 보장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카불 상황이 위험하지만 우린 대피작전을 계속하고 있다"며 "군이 떠난 뒤에도 아프간 대피를 돕는 문제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테러로 희생된 13명의 장병을 향해 "타인의 생명을 구하면서 미국의 가장 높은 이상을 위해 희생한 영웅"이라며 "그들의 용기와 이타심이 위험에 처한 11만7000명을 안전한 곳에 이를 수 있게 했다"고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