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원의 軍플릭스] ‘하인리히 법칙’ 떠오르는 요즘 군대

“대형 사고 발생 전에는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

작은 사고가 연쇄적인 사고로 이어지고 사소한 문제가 대형 사고를 야기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의 요지다. 최근 대한민국 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하인리히 법칙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장병들의 부실 급식 제보로 촉발된 군내 난맥상은 목불인견 지경이다. 페이스북 커뮤니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병영 부조리 제보가 이어진다. 코로나19 격리장병에게 열악한 시설 제공과 장병들에게 수년간 수십만개에 이르는 불량 베레모와 운동복이 지급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군 장병들의 기본적인 의식주에서 모두 구멍이 드러난 셈이다.

부실 급식 사태와 관련해 서욱 국방부 장관이 수차례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소집해 각별한 지휘 관심을 주문하고 장관과 육군참모총장이 고개를 숙여 사과했음에도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는다. 이 와중에 장병들의 제보와 달리, 정상 배식이 이뤄진 것처럼 허위 보고한 정황이 포착되는가 하면,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은 채 정상 제공했다는 거짓 해명이 뒤따르기도 했다. 장관의 ‘영(令)’이 안 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부실 급식 폭로의 시발점이 된 육군 51사단은 야당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실태 점검에 나서자 한 끼 2930원의 3배에 달하는 8000원어치의 삼겹살과 해물된장찌개, 상추쌈, 배추김치 등 ‘보여주기식 배식’을 공개해 또 다른 비판을 샀다. 공교롭게도 한 달에 한 번 있는 특식 제공일과 의원들 점검일이 겹쳤다는 것인데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모자를 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7일 중장 이하 장군 주요 직위 보직인사와 소장급 진급인사가 단행되기는 했지만 통상 4월 중순 이뤄지던 상반기 장성급 인사가 한 달 넘게 지연되면서 적잖은 뒷말을 낳았다. 군 안팎에선 장관과 모 참모총장 간 보이지 않는 알력이 있었다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군 기강 수립의 핵심 축인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지사)를 겨냥한 투서가 나돌고 있다는 점도 가벼이 넘길 대목이 아니다. 최근 ‘군을 사랑하고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한 시민’ 명의로 국방부 기자실로 배달된 투서는 현재 안지사에 대해 ‘일인 독재체제’라며 내부 갈등 양상과 방만한 운영비,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등 A4용지 4장에 걸쳐 구체적인 사례를 적시했다. 물론 익명의 제보자의 일방적 주장이고, 안지사는 “사실이 아닌 내용, 오해가 있는 내용이 상당히 많다”고 반박했지만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사가 아니면 접근할 수 없는 내밀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사정이 있었겠지만 육군 장교가 숙소에서 총기와 탄창이 발견된 가운데 사망한 사건과 신임 장교 교육을 받던 남녀 소위가 빈 초소에 모포 등을 깔아놓고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고, 이 같은 사실이 부사관이 촬영한 사진을 통해 외부로 알려진 일 역시 정상적인 군대의 모습이라 보기 어렵다.

이쯤 되면 아직 대형 사고가 없었던 게 그나마 다행이 아닐까. 손자(孫武)는 “몰락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북한이 미사일 한발 쏘지 않았는데 안에서부터 흔들리는 군을 국민이 신뢰할 수 없는 노릇이다.

신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