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앞으로 계속 오를 텐데… 앉아서 가만히 있어도 수백만원 벌 수 있는 기회를 누가 날리겠어요.”(1인 채굴장을 가동하고 있는 직장인 A씨)
비트코인 가격이 5만달러를 돌파했다. 1년 내 10만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역대 최악의 거품’이란 평가도 있지만 당분간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가격 폭등과 함께 그래픽카드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채굴용으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RTX30’ 시리즈는 반년 만에 배 가까이 올랐다.
17일 오전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가격은 198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8월 약 45만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4배가량 폭등했다.
이더리움의 강세로 채굴용 그래픽카드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RTX 30 시리즈는 최대 2배 가까이 폭등했다. 지난해 9월 90만원 중반에 출시됐던 RTX3080은 현재 약 16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반년 만에 가격이 배로 뛴 셈이다. 지난해 10월 60만원대로 출시된 RTX3070도 현재 95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가격 비교 전문 플랫폼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RTX3060Ti 약 76만원 ▷ RTX3070 약 95만원 ▷RTX3080 약 155만원 ▷RTX3090 약 227만원 등에 거래되고 있다.
그래픽 가격 폭등은 암호화폐 가격 상승에 따른 채굴 수요 급증 때문이다. 투자자로서는 전기와 채굴용 컴퓨터만으로 불로(不勞)소득을 얻을 수 있는 셈이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암호화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1인 채굴장 만드는 팁, 채굴용 그래픽카드 추천 등의 글이 공유된다.
현재 1인 채굴장을 만들어 가동하고 있는 직장인 A씨는 “암호화폐 가격이 몇 배가 올랐기 때문에 채굴기만 돌려놓으면 가만히 앉아 수백만원의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라며 “채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만큼 그래픽카드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그래픽카드는 암호화페 가격 폭등 전에도 일부 중간판매자의 사재기로 몸살을 앓았다. 일부 용산전자상가 판매자가 신제품 출시와 동시에 싹쓸이해 되파는 방식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급등하던 시점인 지난해 11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RTX3080/3090 그래픽카드의 불합리한 현금 되팔이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원도 올라왔다.
자신을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 대한민국의 한 국민’이라고 소개한 이 청원인은 RTX3080 그래픽카드가 불공정한 방법이나 업체 단합으로 기업이 정한 권장소비자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암호화폐가 연일 폭등세를 이어가는 만큼 그래픽카드 가격은 당분간 안정화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장격인 비트코인(BTC)은 최근 5만달러를 돌파했다. 이를 두고 ‘최악의 거품’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1년 새 10만달러를 찍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