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믿었던 중국인들마저….”
화웨이가 지난해 ‘안방’ 중국에서마저 고꾸라졌다. 그동안 미국의 무역 제재에도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 덕에 버텼지만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며 급기야 4분기엔 판매량이 반 토막 났다. 샤오미 등 다른 현지 브랜드가 반사이익을 누린 가운데 애플의 첫 5G(세대) 스마트폰 ‘아이폰12’로 인해 타격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인들은 미국과의 갈등에도 아이폰12를 더 많이 사고 있다. 반면 자국 기업인 화웨이 휴대폰의 구매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최근 스마트폰 중가 브랜드 ‘아너(Honor)’를 매각한 화웨이가 스마트폰사업을 통째로 현지 기업에 팔 것이라는 외신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29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4분기 중국 시장에서 총 188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아너’를 포함한 출하 대수로, 2019년 4분기 3330만대와 비교해 44% 급감했다. 점유율도 38%에서 22%로 16%포인트 줄었다.
화웨이는 2019년 5월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제재에도 내수시장인 중국을 등에 업고 꿋꿋이 버텨왔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2014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출하량이 8300만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9770만대) 대비 뒷걸음질 치더니 4분기 주저앉고 말았다.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 중국 현지 업체가 반사이익을 누렸다. 중국 시장 2위인 오포의 4분기 출하 대수가 전년 대비 23%, 3위인 비보가 20%, 5위인 샤오미가 52% 늘었다.
외산폰으론 유일하게 중국 시장 4위에 애플이 이름을 올렸다. 애플은 아이폰12를 출시하며 4분기에만 중국 시장에 1530만대를 출하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270만대)와 비교해 출하량이 20% 급증했다.
특히 연간으로 보면 중국 출하량 상위 5위 브랜드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2020년에만 3440만대의 아이폰을 출하하며 전년(3010만대) 대비 출하량이 14% 늘었다. 점유율도 8%에서 10%로, 2%포인트 올랐다.
반면 화웨이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총 1억2330만대를 출하했지만 전년(1억4200만대) 대비 1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오포와 비보의 출하량이 전년 대비 각각 12%, 8% 감소했고, 샤오미는 3%가량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화웨이 추락에 따른 수혜를 애플이 가장 많이 받은 셈이다.
한편 기즈차이나 등 현지 외신은 최근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가 스마트폰사업 전체를 매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너에 이어 ‘P’ ‘메이트’ 등 미국 행정부의 타깃이 되고 있는 주력 스마트폰 브랜드까지 매각, 스마트폰사업을 완전히 접을 것이란 것이다.
화웨이 측은 스마트폰사업을 유지할 것이라며 이 같은 보도를 일축했다. 화웨이는 공식 성명에서 “화웨이 플래그십 스마트폰 브랜드의 매각 가능성에 관한 근거 없는 루머가 돌고 있다”면서 “화웨이는 스마트폰사업 매각계획이 없고, 전 세계 소비자를 위한 세계 최고의 제품과 경험을 제공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