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없는 美서 국산-해외 브랜드 평균 감가율 차이 없어

완성차 인증 중고차 없는 국내선 5~10%포인트 차

“신차 경쟁력, 소비자 신뢰 위해 대기업에 문 열어야”

서울 장한평 중고차 시장 모습 [연합뉴스]
서울 장한평 중고차 시장 모습 [연합뉴스]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막는 규제로 국산차의 중고가격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인증 중고차 사업에 대한 진입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시장진입 규제가 없는 미국에서는 한국 브랜드 차량과 외국 브랜드 차량 간 중고차 감가율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KAMA는 "반면 완성차 업체가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할 수 없도록 한 국내 중고차 시장에선 국산 브랜드와 해외 브랜드 간 감가율이 5~10%포인트 차이나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KAMA 조사에 따르면 미국 중고차 시장에서 올해 거래되고 있는 2017년식 현대차 아반떼의 평균감가율은 34.8%로 동급 경쟁모델인 폭스바겐 제타와 동일했다. 2017년식 쏘나타 역시 평균감가율이 43.3%로 폭스바겐 파사트(43.9%)와 유사했다.

심지어 인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의 평균감가율은 37.7%로 같은 연식의 GM 트랙스(38.1%), 폭스바겐 티구안(47.5%)보다 잔존가치를 더 높게 평가 받았다.

KAMA 관계자는 "이는 한국 브랜드 역시 인증 중고차를 통해 품질과 성능 보장서비스를 제공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중고차 인증제는 소비자가 구매한 신차 중 일정 기한이나 주행거리 내에 운행한 차량을 완성차 업체가 다시 사주는 제도를 말한다. 완성차 업체는 차량 상태를 정밀 점검한 뒤 필요한 수리를 거쳐 새로운 고객에 판매한다.

현재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렉서스 등 해외프리미엄 브랜드는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산 브랜드는 중고차 사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묶여 손을 놓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국내 업체가 직접 되사주지 않다보니 국산차 중고가는 수입차에 비해 낮을 수 밖에 없다.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2017년식 제네시스 G80은 평균적으로 신차 대비 30.7%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반면 벤츠 E클래스는 평균감가율이 25.5%에 불과했다. 쏘나타 역시 45.7%의 평균감가율을 보여 BMW 3시리즈(40.9%)에 훨씬 못미치는 잔존가치를 보였다.

KAMA 관계자는 "대기업 진출이 제한되다 보니 국내 중고차 시장에선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고질적으로 발생하고 소비자들은 허위매물 등 불완전 거래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능 점검이 부실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가격 산출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신도 여전히 높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한국경제연구원 중고차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6.4%가 "국내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하고 낙후됐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만기 KAMA 회장은 "중고차 경쟁력이 신차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제조부터 판매, 중고차 거래까지 체계적인 고객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중고차 시장 진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미국 온라인 중고차 거래 서비스 '카구루'와 국내 온라인 중고차 서비스 엔카의 2017년식 모델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편,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중고차 판매업을 중기적합업종 제도 종료 이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는 대신 대기업과 소상공인단체 간 상생협약을 맺기 위해 양측에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요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