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과 8조원에 달하는 5G 무선통신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7일 공시했다.
이번 버라이즌과의 계약은 통신장비 산업 역사상 단일 수출로는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2025년 말까지 5년간 5G 이동통신 장비를 포함한 무선통신 솔루션 공급은 물론 설치와 유지 보수까지 담당하게 된다. 코로나19의 재앙으로 근심만 가득한 한국경제에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 통신사들과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한 실적을 바탕으로 일본 KDDI, 캐나다 펠러스 등과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맺으며 해외로 진출 영역을 넓혀왔다. 일본과 캐나다에 이어 미국시장에서도 인정받은 삼성전자의 5G 기술은 향후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도 추가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5G 시장의 맹주인 중국 화웨이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반중 동맹’으로 주춤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반사이익이란 점도 부인할 수는 없다. 5G 시장 점유율 2, 3위인 노키아, 에릭슨을 물리치고 따낸 승전보는 축하할 만한 일이지만 1위인 화웨이의 발이 묶인 경기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의 이번 대규모 5G 수주가 반도체 이은 ‘초격차’ 전략의 새로운 출발이 돼야 하는 이유다. 글로벌 경쟁의 시대엔 남들이 뒤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속도로 기술발전을 이룩해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것만이 유일하고 최선인 기업전략이다. 이젠 “감히 넘볼 수 없는 차이”로 가야 한다는 의미로까지 진화됐다. 이미 반도체 시장에선 원칙이 된 지 오래고 4차 산업 혁명의 모든 분야에서도 일상화된 개념이다.
다행히 삼성은 미래통신사업 초격차 전략에 이미 시동을 걸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5G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으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던 통진장비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며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나선 것이 지난 2018년이다. ‘4대 미래성장 사업’에 3년간 2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이때다. 이번 대규모 수주도 그 과정의 일부라는 얘기다.
삼성은 지난해 5G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6G 준비에 들어갔다. 상용화 시기를 감안하면 족히 10년은 앞서가는 발걸음이다. 정부도 최근 국내 핵심 기술과 특허가 6G 국제표준에 반영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모처럼 민관의 손발이 잘 맞아가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5G 8조원 수출 쾌거가 성공적인 초격차 전략으로 6G는 물론 미래 차세대 통신시스템으로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