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비준 초읽기…“해고자 복귀땐 큰 혼란”
실직·구직자도 노조활동…기업별 노조 붕괴
경영계 “경영권 방어 보완입법 추진 절실”
대법원의 전교조 합법화를 계기로 해고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이 급물살을 탈 전망된다. 경영계에서는 잇단 친노동정책으로 가뜩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더 기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4일 고용노동부와 국회에 따르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ILO 핵심협약과 관련한 비준안 3건을 국회에 제출한데 이어 이달 정기국회 내에 비준안과 관련 법안들을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여당은 조만간 국회에서 ILO 핵심 협약을 통과시키면서 이 협약과 배치되는 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등 노조3법도 함께 개정할 예정이다. 협약 비준 추진의 이유였던 한·EU FTA의 무역분쟁처리절차는 코로나 사태로 사실상 중단된 상태인데 진행 속도가 빠르다.
개정안은 실업자·해고자도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해 향후 해고자·실업자가 개별기업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터놨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한국의 기업별 노사관계 관행을 고려해 기업별 노조의 임원자격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조합원으로 한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원 자격을 한정하더라도 해직자들이 막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걸 막을 방안은 없다. 사실상 강성노조로 활동하다 해고된 이들이 ‘옥상옥’으로 군림할 발판을 깔아주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실직자도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해당 기업과 전혀 관련 없는 시민단체 등에서 해당 기업의 노조를 장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별 노조’라는 정체성이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고용부의 ‘노조 아님’ 통보 규정이 삭제됨으로써 해고자·실업자의 합법과 불법을 넘어서는 노조 활동을 제한할 근거는 없어지게 된다.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방공무원과 행정고시에 합격한 행정사무관도 공무원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된다. 이 영향은 노동 관계법의 규제 패러다임을 사실상 해체해 노사관계를 더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재편할 것이라는 우려 역시 크다.
경영계에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또다른 부담을 얹어주는 것인 만큼, ‘경영권 방어 수단’ 마련을 위한 보완입법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노조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인 상황에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시 사용자 처벌규정 삭제, 노조 측 부당노동행위 신설, 파업시 사업장 점거 금지 명문화 등을 강력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ILO 협약 비준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며 “먼저 국민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상생의 노사관계 질서로 재편한 토대 위에서 여야가 국민적 합의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입법 결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LO 핵심협약은 ILO가 채택한 총 190개 협약 중 8개인데 우리는 이중 제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 및 제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 제29호(강제노동협약 )및 제105호(강제노동철폐협약)에 미가입 상태다. 이 중 105호를 제외한 나머지 3건에 대한 비준 동의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동의를 거쳐 정부가 공포하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된다.
김대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