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 요즘 방송은 디테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드라마 대사 하나에도, 관찰 예능이나 토크쇼에서의 개인사 공개에도 세밀한 작업을 거쳐야 된다.
SBS 새 금토드라마 ‘앨리스’는 감정이 없는 아이(주원)가 엄마(김희선)의 헌신적인 사랑을 통해 사랑을 알아가는 휴먼SF다. 새로운 시도도 있고, 흥미도 있지만 대사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1회에서 여기자(이다인)가 주원(진겸)에게 “우리 진겸이 다 컸다. 이제 야동 같은 것도 보는 거지”라고 하자 주원은 “재미없어, 안본다니까”라고 말한다. 그러자 여기자는 “야, 야동이 왜 재미없어? 그래 너 나이면 야동이 아니라 실전에 관심을 가져야지”라고 한다.
15세가 넘으면 이 정도 대사는 이해하고 보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방송에 내보낸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 우리 정서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야동과 관련된 각종 사회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뒤떨어지는 성인지 감수성을 드러내고 있는 이런 대사는 편집 과정에서 미리 걸러냈어야 한다.
SKY 채널과 채널A가 제작하는 부부 토크쇼 ‘애로부부’에는 지난 31일 배우 조지환·박혜민 부부가 출연했다. 수술실 간호사로 근무하는 박혜민은 “장소불문하고 32시간마다 (부부)관계를 요구한다. 형님네(조혜련) 집, 병원 앞 숙소, 주차장에서도 (섹스를) 해봤다. 내 체격이 왜소해 남편을 받아주기가 너무 힘들다”고 밝혔다.
‘19금’(禁)이라는 안전장치를 사용했지만, 적나라한 이 방송이 사진과 함께 자극적인 내용으로 기사화돼 유통되는 환경은 ‘19금’이 아니라 무차별적이다. 안전장치를 해도 별 효과가 없음을 보여준다.
JTBC 예능 ‘1호가 될 순 없어’ 8월 30일 방송에는 김학래, 임미숙 부부가 출연해, 임미숙이 김학래의 불륜과 도박을 용서한 내용이 방송됐다. 임미숙은 김학래가 작성한 수십 장의 각서를 가져와 “당신이 도박하고 바람피워 내가 공황장애가 걸려 해외여행을 30년 동안 못 갔다”고 털어놨다.
불륜 가족 얘기를 방송에서 하는 것을 당사자들이 괜찮다고 했지만, 시청자가 보는 게 불편할 수도 있다.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대중정서의 문제다. 실제로 시청자들이 “도박, 바람 쉴드치는(옹호하고 보호하는) 걸 방송에서 왜 봐야 하냐”며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방송, 특히 예능에서는 리얼하다는 이유로 자극적인 내용을 내보내 시청률을 올리겠다는 PD의 욕망이 자리잡고 있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이 응했다 해도 그 결과물이 대중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를 좀 더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