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측 “배수지 전수조사 결과 유충 없었다”
전문가 “유충, 최대한 먹지않는 것이 안전하다”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전국에서 수돗물 ‘유충 발견’ 제보가 잇따르면서 수돗물을 마시던 시민들이 생수를 주문해 마시거나 씻는 데에도 생수를 사용하겠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측은 정수장에서 유충이 발견된 사례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1일 오전 10시 현재 전국에 접수된 수돗물 유충 발견 신고는 총 734건이다. 서울도 신고가 잇따랐다. 지난 20일 중구의 한 오피스텔의 욕실 바닥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들어왔으나 정수장에서 유입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광진구와 중랑구의 가정집에서 세면대, 수돗물 등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계속됐다. 21일 양천구 다세대주택에서도 유충이 나왔다는 신고가 접수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시민들은 잇따르는 유충 발견 제보와 기사에 불안에 떨고 있다. 경기 화성에 거주하는 A씨는 “주변 아파트 세 곳에서 유충 피해 사례가 보고됐다고 알고 있다”며 “필터로 정수된 수돗물을 받아서 끓인 후 다시 정수하는 과정을 거치거나, 구입한 생수를 정수해서 먹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B씨도 “한 달 전쯤 수돗물을 정수하는 장치를 샀는데 불안하다. 식수도 식수지만 샤워하러 가기가 무섭다. 유충이 썩어서 가루로 분해되면 유해하다 던데 유충이 정수 필터에 갇혀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찝찝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불안감에 따라 생수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 대형 할인점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13일~19일, 일주일간 인천과 경기 지역 생수 매출이 30~60% 증가했다. 전국 생수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다. 생수뿐 아니라 주방이나 화장실 수도 꼭지, 샤워기 등에 설치하는 필터 매출이 전국에서 48% 증가했다. 특히 인천 지역에서만 필터 매출이 265% 증가했다.
서울시는 일단 서울시내 정수장에서는 유충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를 통해 “인천의 경우 정수장과 해당 가정에서 발견된 유충이 같은 종류라 정수장에서 유충이 왔다는 게 기정사실화 됐지만 서울시는 지난 16~17일 배수지 시설물 전수 결과 조사 유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수장에서 유충이 발견됐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측했다. 김정목 한양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유충이 정수장 여과에 이용하는 활성탄 속에서 번식해 나올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일축했다. 이어 “정수장 원수에서 유충이 오기보다 아파트나 주택의 저수조, 배관 등에 외부에서 들어와 번식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며 “지금과 같은 적절한 기온에서는 유충이 순식간에 번식할 수 있으므로 최대한 저수조 등을 밀폐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유충이 인체에 들어갔을 때 위험성도 간과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수돗물을 통해서 먹게 될 유충의 양이 많지 않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 최대한 먹지 않는 게 좋다”며 “유충 크기가 10㎜ 정도로 눈에 보일 정도로 체내에 들어가서도 위산에 쉽게 파괴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위산에 파괴되더라도 분해 성분이 다량으로 들어가면 몸에 나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