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원칙 없이 두더지 잡기식 ‘땜질처방’ 반복해 국민 신뢰 추락

수요·공급 무시, ‘약발’ 상실…당·청·정부 중구난방에 리더십 위기

[헤럴드경제=이해준·김대우·배문숙·정경수 기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중장기 전략과 원칙 없이 두더지잡기식 ‘땜질처방’을 반복하는 가운데 청와대와 여당,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등이 중구난방으로 정책을 내밀면서 경제정책 컨트롤타워가 무력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신뢰는 땅으로 추락하고 있다.

9일 본지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들은 결과 전문가들은 무원칙·시장무시·무력한 컨트롤타워 등 부동산 정책의 ‘3무(無)’로 국민의 신뢰와 정책의 효력, 리더십이 상실되는 ‘3대 실종’ 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혼돈과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총체적 난맥에 빠진 부동산정책…무원칙-시장 무시-무력한 컨트롤타워 '3無'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무원칙·시장원리 무시·무기력한 컨트롤타워 등 ‘3무(無)’ 상태로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갖고 부동산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헤럴드DB]

무엇보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원리를 외면한 채 투기세력을 잡겠다는 정치적 목적에 함몰된 것이 부동산 정책 실패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동안 20차례가 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세제 강화·대출 규제 등 ‘징벌’ 중심으로 시행돼 시장에 먹혀들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공급을 늘림으로써 수요·공급의 균형을 맞춘 상태에서 가수요를 잡지 못하면 계속 실패할 것이란 지적이다.

임무송 금강대 공공정책학부 교수는 “분노와 공포를 유발하는 규제의 칼날로 시장을 잡을 수 없다”며 “현 정부는 국민이 뭘 원하는지 보려하지 않고 국민과 싸우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시장과 국민 수요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22차례 대책이 전부 규제로 채워졌지만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정책의 전략과 원칙이 없이 주택가격이 요동칠 때마다 임기응변식으로 대책을 남발함으로써 정책에 대한 신뢰 상실이 가중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임대사업자 육성을 위해 종부세 등의 혜택을 주었다가 다주택 임대업자가 급증하자 이에 대한 규제를 꺼내드는가 하면, 총선에서 ‘똘똘한 한채’ 등 1주택 보유자에 세제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가 종부세 강화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1채만 남기고 2채 이상 주택을 강제매각토록 하는 것도 원칙 없는 부동산 정책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보유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 역시 공평한 세금부과 등으로 처리하는 것이 헌법이나 시장경제 원칙에 부합한다는 얘기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는 악, 무주택자는 선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으로 부동산 정책을 정치화했다”며 “공직자에게 집을 팔라고 강요하는 것도 선악 인식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정책실패의 책임을 양도소득세나 종부세 강화 등을 통해 다주택자에 묻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고, 한 전문가는 “고위 공직자 아파트 강제처분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하지 자본주의 자유시장 국가에서는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부동산 정책은 세제는 물론 금융·정책 등이 망라된 종합 정책의 성격이 강하고, 그래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이를 조율하면서 끌고갈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실종된 상태다. 각 부처는 물론 정치권의 유기적인 협조와 조율이 필수적이지만, 청와대와 여당, 정부가 충분히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중구난방으로 내놓고, 특히 정치권이 의원입법 형태로 정책을 주도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치권에서 경제 원리를 무시한 대책들을 자꾸 내놓으면 시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며 “정책당국이 중심을 잡고 시장 여건을 고려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