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150만개 팔리던 포켓몬 빵 ‘초대박’
수집 광풍에…빵 버리고 스티커만 챙기기도
20년 지났지만 ‘굿즈 마케팅’ 여전히 인기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제발 피카츄 말고 딴거! 딴거!”
1998년부터 3년 간 방영됐던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미달이는 포켓몬 빵을 한가득 안고 등장한다. 빵의 포장 봉지를 한 개 한 개 뜯으며 안에 들어있는 포켓몬 스티커를 확인하지만 연달아 나오는 것은 해맑게 웃고 있는 피카츄. 미달이는 속상한 마음에 빵을 집어던지며 발을 동동 구른다. 1990년대생들을 애타게 만든 이 스티커는 포켓몬 빵과 함께 딸려오는 ‘띠부띠부씰’이다. 이른바 ‘굿즈(기념품)’의 원조격이다.
국내에서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은 지난 1999년 TV를 통해 처음 방송됐다. 이후 초등학생들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포켓몬 인형·장난감·문구 등이 쏟아져 나왔다. 이 가운데 ‘초대박’을 친 것은 다름 아닌 삼립식품이 출시한 포켓몬 빵이다. 삼립식품은 일본 포켓몬스터 본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10가지 종류의 포켓몬스터 빵을 출시했다. 빵 안에는 띠부띠부씰이라는 이름의 포켓몬스터 스티커를 동봉했다.
1999년 포켓몬 빵 출시와 동시에 띠부띠부씰 수집 광풍이 불었다. 초등학생들은 코 묻은 돈을 모아 500원짜리 포켓몬 빵을 매일 사 먹으며 띠부띠부씰을 수집했다. ‘벗겨먹는 고오스’나 ‘로켓단의 초코롤’을 밥보다 더 자주 먹을 정도로 친숙했다. 포장을 뜯기 전까지 어떤 스티커가 들어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탓에, 빵을 뭉개며 스티커를 들여다보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스티커만 갖고 빵을 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뉴스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했다.
포켓몬 스티커 컬렉션을 완성한 아이들은 곳곳에서 추앙받았다. 철제 필통이나 책받침, 아니면 전용 앨범에 붙이고 다니면서 펼치면 아이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포켓몬 빵 출시 초기 스티커 종류는 151여종이었는데, 빵 몇백개를 먹어도 다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빵을 매번 먹을 때마다 등장하는 흔한 스티커가 있었고, 빵을 여러개 먹어도 나오지 않는 희귀 스티커가 있어서다. 이 때문에 희귀 스티커를 찾아 멀리 있는 슈퍼마켓까지 원정을 떠난 아이들도 있었다.
삼립식품의 띠부띠부씰 전략은 대성공을 거뒀다. 1999년 11월에는 하루 평균 150만개를 판매하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후 빵과 스티커를 함께 판매하는 계보는 20년이 지나 현재까지 내려와 펭수, 카카오 프렌즈 등으로 이어졌다. 최근 유사한 스타벅스 ‘레디백’ 열풍에도 우스갯소리가 따라 붙는다. 과거 포켓몬 스티커를 광적으로 구매하던 초등학생들이 20년이 지나 스타벅스 레디백을 찾는 20~30대가 됐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