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

정부의 강력한 억제조치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상당 부분 둔화되기는 했으나 저소득층의 부채 부담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것이 사실이다.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생존의 기반을 위협받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20조원이 넘는 규모의 융자가 이루어졌고 향후에도 그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지원이 당장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 많은 수가 상당한 규모의 가계부채를 이미 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계, 특히 저소득층의 부채 상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통계청이 매년 실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에 의하면 2017년을 기준으로 볼 때 소득 1분위에 속하는 저소득층 가구 중 32% 가량이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채무 잔액은 평균 4000만원 가량으로 파악된다. 저소득층의 취약한 상환능력을 감안한다면 결코 가볍지 않은 부담인데 이는 객관적인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부채가 있는 소득 1분위 가구의 경우 무려 5년 가까운 긴 시간 동안 발생하는 모든 소득을 상환에 사용해야 부채를 모두 상환할 수 있을 정도다. 실제로 이들은 소득의 약 42%를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과중한 부채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부채의 총량 뿐 아니라 구조 측면에서도 고소득층에 비해 변동금리 비중이 매우 높고 부채 조달 이유가 주택과 같은 자산 획득보다는 당장의 소비에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 등 취약성을 노출하고 있다. 저소득층 부채의 부실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협하는 사태로까지 진전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저소득층의 부채부담을 낮추기 위해 지금까지는 기존의 부채에 비해 금리가 낮고 상환 조건이 유리한 정책 서민금융상품을 제공함으로써 부채 부담 완화를 지원하는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여 왔다. 이러한 정책이 저소득층의 부채 부담을 일시적 완화시키는 대증요법이 될 수는 있으나 문제의 원인을 치유하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저소득층 부채 조달 시장에 내재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구명하고 이를 해결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서민금융시장의 기능정상화와 신용상담사 제도의 활성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등과 같은 협동조합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서민금융시장 활성화를 통해 저소득층의 대출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고 부채 부담을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상호금융기관은 조직 원리상 주식회사 형태의 금융기관에 비해 낮은 금리로 더 많은 양의 신용을 공급할 것이므로 은행으로부터 배제된 저소득층이 고금리의 약탈적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문제의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과도한 담보 요구 관행과 상호금융의 본질과 동떨어진 영업 관행 등 상호금융기관이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면 이들의 기능 정상화를 촉진하기 위해, 시장 현실에 맞춰 감독 체제를 대폭 정비할 필요도 있다. 또 필요한 경우 정부의 대출보증 제공을 통해 대출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가 요구된다.

신용상담은 금융교육, 금융상담, 부채관리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는 금융서비스이다. 부채관리는 채무상환 과정에서 어려움에 처한 채무자를 대리해 채권자와 협상하며 채무조정을 이끌어 냄으로써 부채 부담 경감을 지원하는 신용상담업의 핵심 업무이다. 신용회복위원회를 중심으로 신용상담 서비스가 일부에서 제공되고 있으나 이미 부실화된 채무의 조정에 한정된 업무 범위, 채권자의 의사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협상구조 등 상당한 한계가 존재한다. 신용상담을 독립된 금융서비스로 인정하고 공식적인 규율 체제로 포섭하되 민간이 중심이 되어 경쟁하는 시장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