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합의로 시범지역 GP 철거완료

다음 단계는 DMZ 모든 남북GP 철거

군 “해당 북한군GP, 도발에 부적절”

우리 군 GP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기상 나쁘고, 유효사거리 밖서 발사

북한군, 사건 전후 특이동향 없어

9.19합의 이후 북측 첫 GP 총격사례

'GP 전면철거' 논의 앞두고 'GP 총격' 미스터리[김수한의 리썰웨펀]
국방부가 지난해에 이어 지난달 20일부터 비무장지대(DMZ) 인근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시작했다. 이 작업은 2018년 9월 19일 당시 군사합의서에 담긴 내용으로 남북은 이 합의서에서 GP 전면 철거, 남북 공동 유해발굴, JSA 관광객 자유왕래 등의 사안을 추진키로 합의했다.[사진=국방부]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북한군 당국이 지난 2018년 9월 19일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GP(남북 군사분계선 안쪽의 임시 감시초소) 전면철거 논의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군 GP를 총격해 그 저의에 대한 궁금증이 높다.

9.19 군사합의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는 남북 군사관계에 기반해 다시 우리 군에 대한 적개심을 내비친 것인지,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지지부진해진 남북 군사회담 재개 의지를 내비친 것인지 해석이 분분하다.

군은 피격 당시 기상 및 북한군 동향 등을 고려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분석 중이다. 다만, 지금까지 총격의 양상을 분석한 결과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도발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총격 당시 기상은 안개로 인해 시계가 불명확한 상황이었고, 총격 전후로 북한군의 특이 동향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북한군 GP 위치는 도발하기 쉽지 않은 곳에 있었고, 피격된 장소의 탄흔을 분석한 결과 북한군 화기가 유효사거리에서 발사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기상 악조건·유효사거리 밖서 발사됐을 가능성=군 관계자는 "당시 안개가 짙게 끼어 시계가 1㎞ 이내로 굉장히 안 좋았다"며 "통상적으로 그 시간대가 북측의 근무 교대 이후 화기 등 장비 점검이 이뤄지는 시간대"라고 설명했다.

기상이나 시간대가 북한군이 우리 GP를 향해 의도성을 가지고 총격을 가할 여건은 아니란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 GP 인근 영농지역이 있는데 영농지역에서 상황 발생 전이나 직후부터 지금까지도 일상적인 영농활동이 지속해서 식별되고 있다"며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없었다"고 밝혔다.

해당지역 북한군 GP는 우리 군 GP보다 낮은 곳에 있어 지형적으로 도발하기 곤란한 지역이라는 점도 북한군 도발 가능성이 낫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피격당한 우리 군 GP는 주변 3개의 북한군 GP와 각각 1.5㎞, 1.7㎞, 1.9㎞ 떨어져 있다.

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우리 군 GP에서 언제든 응사가 가능하고, 상대에게 훨씬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

피격 GP의 탄흔 분석 결과 북한군이 유효 사거리 내에서 화기를 발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군이 우리 군 GP를 조준해서 총격을 가했다면 유효 사거리 내에서 발사해 직접적 피해를 입히려 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

군 관계자는 "해당 GP는 도발에는 부적절한 GP"라며 "(도발하고자 했다면) 유효 사거리 내에서 도발하는 것이 도발의 일반적인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군은 북한군의 이번 총격이 남북 상호간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9.19 군사합의 이후 GP 총격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 "북한군 9.19 군사합의 위반"=군 당국은 2018년 9.19 합의 이후 남북 GP의 시범 철거를 상호 진행 및 완료했다. 남북이 각각 11개의 GP를 철거하기로 했으나, 남측에서 역사문화적 차원에서 GP 1곳을 남기자고 주장해 남북이 각각 10개씩 총 20개를 철거했다.

이후 남북 DMZ(비무장지대)에 구축된 모든 GP 철거를 추진하기로 합의했으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간 모든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따라 2019년 초부터 남북 DMZ 공동 유해발굴 사업, JSA(공동경비구역) 남북 관광객 자유왕래 등의 조치 등의 시행 시기가 모두 무기한 미뤄졌다.

군 당국은 "오늘(3일) 오전 7시 41분께 중부 전선 감시초소(GP)에 대해 북측에서 발사된 총탄 수발이 피탄되는(총알에 맞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GP 근무자가 수발의 총성을 듣고 주변을 확인한 결과 GP 외벽에서 4발의 탄흔과 탄두 등이 발견됐다.

북한군 GP에서 운용 중인 화기로 사격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한 군은 10여발씩 2회에 걸쳐 경고사격을 한 뒤 사격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경고 방송을 했다.

합참은 "우리 군은 대응 매뉴얼에 따라 현장 지휘관 판단하에 경고 방송 및 사격 2회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남측 인원과 장비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군이 경고 사격 이후 경고 방송을 한 것은 9.19 군사합의에서 규정한 대응 매뉴얼에 따른 것이다. 군사합의는 남북 간에 우발적 무력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고 방송 2회 이후 경고사격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군은 오전 9시 35분께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남측 수석대표 명의로 대북 전통문을 보내 상황이 확대되지 않도록 북측의 설명을 요구했다.

북한 측은 현재까지 답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14년 10월 남측에서 날아간 대북 전단을 실은 풍선을 향해 고사총 10여발을 쐈고, 우리 군은 북한 GP를 향해 대응 사격을 한 바 있다.

해당 GP는 2018년 말 철거된 GP와는 무관하고, 남북 유해발굴 지역과도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