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지침 제각각…재가동 연기 속출
자가격리 연장에 ‘인력 공백’ 정상화 요원
자동차는 수작업 많아 ‘생산량 절반’ 수준
가전도 일주일만 더 가면 못버틸 가능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중국내 공장 가동중단 장기화가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의 발표에 따라 중국 공장들이 10일부터 조업 재개에 들어갔지만, 삼성전자 톈진(TV) 공장과 LG전자 톈진(에어컨), 항저우(LCD소재) 공장 등 일부 공장은 중국 지방정부 지침에 따라 재가동 시기가 최대 일주일 더 늦춰졌다. 조기 정상화를 기대하던 기업들은 생산 차질에 따른 손실 확대를 감내해야할 처지다.
더불어 ‘인력 공백’에 따른 불확실성도 증폭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춘제 기간 외부 이동 복귀자에 대해 14일간 자가격리 명령을 확대하면서 2억명 이상의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 복귀 지연으로 부품에서 세트(완제품)까지 연쇄 타격이 불가피한 상태다. 자칫 공장 내 확진자라도 발생하면 다시 휴업에 내몰릴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현지 물류와 통관지연으로 국내까지 원·부자재가 들어오는 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자동차·가전·디스플레이, 배터리, 기계 등 중국 내 현지공장 대부분은 이날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일부 공장은 각 지방정부의 지침에 따라 공장 재개 허가 절차에 최소 2~3일은 더 걸릴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쑤저우(가전) 공장이 이날 가동을 시작했지만, 톈진 TV공장은 17일로 재가동 시점이 늦춰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방 정부 지침에 따른 것”이라며 “생산과 판매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톈진 TV공장은 중국 내수용이어서 당장 큰 피해는 없다고 덧붙였다.
LG전자 역시 중국 10개 공장 중 7개 공장만 이날 가동에 들어갔다. 톈진(에어컨)과 항저우(LCD 소재), 친황다오(컴프레셔) 공장은 지방정부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중국 공장 현지에 2주 체류한 근로자를 확인한 후에만 사업장 출입을 허가하고 있다”며 “유통재고(판매점 재고)도 있어서 1~2주는 버틸수 있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물량이 달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셧다운 사태’를 초래한 와이어링 하니스(배선뭉치)의 중국내 생산 공장은 지난 주말부터 간신히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범가동 수준이다.
오는17일 정상 가동을 목표로 방역과 생산라인 점검이 한창이지만 정상화까진 최소 열흘 이상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현지 공장 관계자는 “와이어링 하니스 생산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기숙사 인원으로 라인을 돌리고 있지만 한계가 여실하다”며 “대중 교통이 끊겨 정상 출근이 어려운 데다 2주간 자가 격리 등 명령이 내려져 완전 정상가동엔 최소 열흘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도 “현지 생산량은 정상 가동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복귀 인력 상황을 보며 가동률을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옌타이와 난징 LCD모듈 공장을 중단한 LG디스플레이는 이날 공장을 재개하면서 “처음부터 이전상태로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해외 공장으로의 물량 이전 없이 부족분을 현지에서 맞추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지침에 따라 순차적 복귀를 준비 중이다.
전기차 배터리와 소형 전지, 편광판 등을 생산하는 LG화학 난징공장은 지난 2일 중단 이후 9일 만에 다시 가동에 나섰다. 국내 귀국했던 주재원들도 설 연휴 이후 일정에 맞춰 이미 중국 사업장으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도 같은 날 창저우 배터리 공장을 현지 파트너사와 협의해 재가동에 돌입했다. 주재원 복귀는 현재 중국 정부의 입국 절차가 까다로워 향후 순차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공장 재개가 장기화 될 경우 제조업 타격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경영학과)는 “한국에서 중국 재료와 부품을 수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이 언제 정상화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결국 중국의 진정 상황을 봐야하는데, 공장 가동 재개와 가동 중단이 반복되고 있어 공장 공백 장기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천예선·정찬수·김현일·정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