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인사이트-김문영 KOTRA 서남아지역본부장]인도에 부는 교육열풍 의미

람(Ram) 씨는 뉴델리 위성도시 구르가온 주택가 입구의 가설 부스를 운영 중인 구두수선공이다. 인도 카스트 위계에서 가장 낮은 불가촉천민(Dalit) 내에서도 가죽 무두질로 대를 이어온 차마르(Chamar) 출신이다.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비하르주에 아내와 세 딸을 남겨두고 공휴일도 없이 매일 그 자리를 11년째 홀로 지키고 있다. 그가 버는 돈의 대부분은 여덟 살, 열한 살 두 딸의 사립학교 교육비로 보내진다.

타쿠르(Thakur) 씨는 인도 7대 경제도시 암다바드시의 운전기사다. 대표적 크샤트리아(전사, 영주) 카스트 가문 출신이나 재산관리와 후손 교육을 등한시한 선조 영향으로 중졸에 머문 자신을 넘어 외아들만은 대학 졸업을 시키는 것이 온 가족의 일념이다. 그렇다고 연 300만원 이상 하는 사립학교 비용을 월 40만원의 기사월급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사회경제적 소외계층 우대입학제도(RTE·사립학교 정원의 25%를 신분적, 경제적 소외계급에 할당하는 제도)를 통해 집 인근의 명문 사립학교에 입학시켰다.

아가르왈(Agarwal) 씨는 인도 중남부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에 터를 잡은 인도 제일의 상인 카스트(Baniya), 마르와리 출신의 전업주부다. 부모 모두가 최상의 옷과 맵시로 어필해야 할 때가 인생에 두 번으로, 집안 결혼식과 자녀 유치원 입학심사 때이다. 명문 사립유치원에 일단 입학이 되면 이 재단의 고등학교까지 최상의 교육이 이어지고 대학 입학도 자연적으로 연결된다. 입학의 키를 쥐고 있는 교장선생님에게 내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최대한 과시해야 한다.

인도 각지에서 불고 있는 교육바람의 사례들이다. 인도의 교육열풍이 우리나라 못지 않다. 역사가 증명하듯 교육, 그리고 영어를 수반한 교육은 동서 그리고 최근에 있어 신분과 계층 사다리를 뛰어넘는 가장 효과적인 지름길이다.

인도 독립 시 0.02%에 불과했던 영어 구사자는 2011년 인구조사 때의 11%를 넘어 현재 2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대학진학률도 20%를 넘어섰다. 델리, 뭄바이 등 인도 대도시 주요 상가나 몰은 영어, 공무원 및 유학시험을 위한 학원들로 넘쳐나고 있고, 인도의 해외 유학생은 30만명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2011년 출범한 온라인교육 스타트업 브랜드 ‘Byjus’는 4000만유저와 80억달러로 평가되는 세계 제1온라인교육기업으로 급성장했다.

현재 인도는 수직적인 카스트제도에서 수평적인 산업사회, 도시사회로 급격히 이동 중이다. 카스트 전통이 심한 농촌에 아직도 전체 인구의 3분의 2가 머물고 있지만 이 농촌도 8학년까지의 무상의무교육 효과가 확산되고 있고, 고성장과 급진전 중인 도시화로 과거의 카스트, 신분보다는 교육과 직업, 돈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가 그랬듯이, 인도의 교육열풍과 이것이 가져다주는 역동성은 인도의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기저에서부터 떠받치고 있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