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지시ㆍ관영매체 공개…北 다분히 의도적 도발
-하태경 “文대통령 침묵하면 지도자이길 포기하는 것”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접경지역까지 내려와 해안포 사격지도에 나서면서 남북관계에 묘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대북비판을 자제해온 정부는 이례적으로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항의해야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김 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방어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창린도는 황해도 남단, 백령도 남동쪽에 자리한 섬으로 김 위원장이 직접 남북접경지역인 최전선을 방문한 셈이다. 신문은 창린도에 대해 ‘조국의 전초선’, ‘전선(戰線)섬’이라고 표현했다.
김 위원장은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5년 전 찾은 것을 기념해 건립했다는 현지지도사적비를 비롯해 지휘부와 해안포중대 포진지, 감시소, 중대병실, 교양실, 식당 등을 둘러봤다. 김 위원장은 특히 근무중이던 해안포중대 2포에 목표를 설정해주고 사격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신문은 “최고영도자 동지께 해안포중대 군인들은 평시에 자기들이 훈련하고 연마해온 포사격술을 남김없이 보여드리고 커다란 기쁨을 드렸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인민군대에 있어서 싸움 준비와 전투력 강화가 곧 최대의 애국으로 된다”며 “인민군대는 정치사상강군, 도덕강군, 군사기술강군화 노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힘차게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지시한 목표나 해안포 탄착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국방부도 김 위원장의 창린도 방문과 해안포 사격 시점 등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문제는 북한이 창린도에서 서해상으로 해안포를 발사했다면 9·19 군사합의에 따른 서해 완충구역 해안포 사격 금지 위반이라는 점이다. 김 위원장이 지시하고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만큼 다분히 의도된 도발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기류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아침 북한 언론매체에서 밝힌 서해 완충구역 일대에서의 해안포 사격훈련 관련 사항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북측에서 언급한 해안포 사격훈련은 지난해 9월 남북 군사당국이 합의하고 그간 충실히 이행해 온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북측은 남북한 접경지역 일대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는 모든 군사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9·19 군사합의를 철저히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도 같은 날 정례브리핑에서 “남북한 접경지역 일대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는 행동들은 있어서는 안된다”면서 “정부는 남북 간 9·19 군사합의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북한은 물론 문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정은의 해안포 사격 지시는 아세안 정상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작정하고 모욕 주려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직접 항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일본에서 나오는 거슬리는 말 한마디에도 분노하며 항의해 왔다”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의 그 많은 미사일 도발, 인신공격에도 한마디 안했다. 일본과 북한을 대하는 문 대통령의 태도는 철저히 이중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만은 달라야 한다”며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타이밍에 김정은이 직접 해안포 사격을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또 “동시에 9·19 군사합의를 정면위반한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성과를 완전히 부정하겠다는 남북관계 과거 회귀선언”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이 항의하지 않고 침묵한다면 정상국가의 지도자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