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논의 없었다”…당 내 당혹감 역력
-“정치 목적 고민한 듯”…중진 용퇴론엔 ‘글쎄’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깜짝 불출마 선언에 더불어민주당은 18일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각에선 임 전 실장의 불출마 선언이 민주당의 세대교체를 불 지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이 같은 가능성에 선을 긋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임 전 실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이제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먹은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며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며 총선 불출마는 물론 정계은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임 전 실장은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으로 복귀할 것으로 전해졌다.
재선 출신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첫 2년을 경험한 한 임 전 실장은 민주당의 주요 총선 자원으로 평가받아 왔다. 임 전 실장은 지난 1월 청와대를 떠난 뒤 종로로 거주지를 옮겨 종로 출마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그러나 종로를 지역구로 둔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내년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임 전 실장은 동작을 등 다른 주요 지역의 출마 요구도 받아왔다.
임 전 실장은 불출마를 결정하기까지 사전에 당과의 상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 “내가 (임 전 실장의 불출마 결정을) 몰랐으면 알만한 사람이 없었을 것”이라며 사전에 누구와도 논의가 없었음을 시사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도 전날 “너무 갑작스럽다. 전혀 듣지 못했다”며 “상당히 중요한 자원인데 어떻게 보면 손실일 수도 있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임 전 실장의 불출마를 두고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임 전 실장이 정치 입문의 본래 목적에 충실하려고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 의원은 “이 정도 고위급 인사를 지낸 장래가 유망한 정치인이 NGO로 돌아가겠다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내가 볼땐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것을 고민했던 것 같다. 자리를 보고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가치를 보고 움직인 자신을 보여 주려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임 전 실장의 측근 의원도 통화에서 “청와대를 떠난 후 먼발치서 정치권을 지켜보며 정치의 근본적인 목적을 고민한 것 같다”며 “당장 당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보단 초심으로 돌아가 정치에 기여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임 전 실장의 불출마 파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중진 용퇴론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이 총선 체제 준비에 들어가면서 일각에선 당내 기득권을 쥔 86그룹 의원들이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 바 있다. 3선인 백재현 의원도 주변에 불출마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임 전 실장의 불출마가 중진 용퇴론을 가열시킬 것이란 전망에 선을 긋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임 전 실장이 기득권을 고집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사람들이 말하는 세대교체는 중진 몇명이 물러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대교체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며 ‘임종석발(發)’ 물갈이 가능성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