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사-디자이너 단 로세하르데
“청정수·청정공기 등이 미래 가치
디자인과 기술 활용해야”
“이제는 돈이나 기술이 부족한 시대가 아니라, 상상력이 부족한 시대입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기술과 디자인을 통해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고 이를 공유해야 합니다.”
단 로세하르데(Daan Roosegaarde)는 10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개최된 ‘헤럴드디자인포럼 2019’의 연사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래의 풍경’(Landscape of the Future)이라는 주제로 한국 청중들과 만나 지속가능한 디자인과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로세하르데는 네덜란드 디자이너 겸 발명가로 환경 변화에 맞설 창의적 해결책을 디자인에서 찾고 있다. 2007년 스튜디오를 설립한 이후 건축가, 항공 정비사, 생물학자 등 각계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며 기술과 디자인을 결합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환경오염, 고령화 등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공공예술로 ‘2016년 올해의 네덜란드 예술가 상’, ‘2017 D&AD 어워드’ 등 수많은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한 바 있다.
로세하르데는 초기 프로젝트인 ‘워터리히트’(Water Licht)를 소개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가 태어난 네덜란드는 국토의 50% 이상이 해수면 이하인 저지대다. 해수면이 상승할 경우 폭풍 해일, 한파, 가뭄, 홍수 등 기상이변의 직접적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지역 중 하나다.
그는 “네덜란드는 환경이 곧 생존과 직결되는 지역”이라며 “기술과 디자인과 정부의 도움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으며, 이를 네덜란드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워터리히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LED 조명을 통해 엄청난 크기의 가상 파도를 만들어 실제 홍수가 일어났을 때 물의 깊이를 실감나게 재현했다.
로세하르데는 이어 대표 작품인 ‘스모그 프리 타워(Smog Free Tower)’를 소개했다. 그는 베이징의 스모그를 본 후 아이디어를 얻어 2015년부터 대기 오염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그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중국 베이징, 폴란드 크라우프 등에 스모그 프리 타워를 설치했다. 스모그 프리 타워는 정전기를 활용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일종의 거대한 공기청정기다.
그는 “스모그 프리 프로젝트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이 프로젝트가 거대해질 수록 새로운 것이 발견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로세하르데는 이를 통해 모은 미세먼지를 압축해 반짝이는 반지인 ‘스모그 프리 링’(Smog Free Ring)까지 제작했다. 로세하르데는 “신혼부부, 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반지를 구입했으며 스모그 프리 링으로 프로포즈하는 커플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스모그 프리 타워는 오는 17일 개막하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통해 국내에도 소개될 예정이다. 이어 로세하르데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인간에게 기술과 과학이 필요하지만 인간은 이를 사용할수록 게을러진다”며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며 기술과 디자인으로 사람들에게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려고 한다”며 “청정수, 청정 공기, 청정 에너지가 곧 미래의 가치”라고 말했다.
박로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