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미연합훈련은 돈낭비” 지적

-현재 미일연합훈련 해상, 육상서 실시

-군 “한미연합훈련도 이달 예정대로 실시”

-美, 日에도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 요구

[김수한의 리썰웨펀]한미훈련 “낭비”라는 트럼프, 미일훈련은 좋아할까?
지난 22일 일본 중부 시즈오카현 고텐바 히가시후지 연습장에서 일본 육상자위대의 연례 훈련이 후지산을 배경으로 실시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은 싫어하고, 미일연합훈련은 좋아할까.

최근 한미 방위비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재선을 위해 방위비 인상을 공언하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가운데 미일연합훈련이 실시되고 있어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에는 부정적인데 미일연합훈련은 강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우리 군 당국에서는 한미훈련이나 미일훈련은 사전에 계획된 대로 실시되고 있을 뿐인데 이를 과도하게 해석해 우려를 키운다는 볼멘 소리로 반응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했다가 지난 2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전 기자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연합훈련에 화가 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 또한 그것(한미연합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한미연합훈련을 “완전한 돈 낭비”라고 했다.

미일연합훈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한미연합훈련을 그 자리에서 언급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계속 미사일을 발사하는 이유가 한미연합훈련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기자들의 관심이 집중됐고, 그 와중에 트럼프가 ‘김정은이 한미연합훈련에 화가 났고 나도 한미연합훈련이 돈이 많이 들어 좋진 않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맥락상 미일연합훈련은 논의의 초점에서 멀리 비껴나 있었다.

◆미국이 정말 미일연합훈련만 편애?=그런데 최근 미일연합훈련이 실시되고 있고, 미일훈련의 규모가 예년보다 확대된 것으로 알려져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에는 부정적이고, 미일연합훈련은 강화하고 있다’는 류의 분석이 일면 그럴 듯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가운데 이런 류의 시각은 한국이 한일 지소미아 종료를 계기로 한미일 군사공조에서 멀어지고 있는 거 아니냐는 우려를 낳을 수 있다.

군 당국에서는 이에 대해 “현실과 거리가 먼 부적절한 분석”이라는 반응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한미연합훈련은 올해 계획된 대로 실시됐고, 현재 실시되고 있는 미일연합훈련도 예정된 계획에 따라 실시되고 있는 것”이라며 “한미훈련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미일훈련이 강화되고 있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선을 앞둔 트럼프가 미군 주둔비 인상을 이슈로 삼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이 임박해 한미연합훈련의 비용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며 “일본과의 주일미군 방위비 협상이 임박하면 미일연합훈련에도 논란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미국은 연 1조원 수준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한미연합훈련 비용 등을 더해 내년부터 매년 약 6조원을 낼 것을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달 일본에도 방위비 분담금을 5배 올려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지난달 21~22일 일본 방문 당시 일본정부에 주일미군에 대한 일본 분담금을 현재 5배 수준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한 요구가 미일 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기까지 했다. 현재 주일미군 방위비 일본 측 부담금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9465억엔(약 10조3000억원)에 달한다. 연간 약 2조원이 넘는 수준이다. 여기서 5배를 요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에도 내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방위비 분담금을 올해 대비 약 1000억달러(약 112조원) 올리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다른 회원국들의 방위비 지출을 2024년까지 GDP 대비 4% 수준까지 늘리라고 압박했고, 옌스 스톨텐버그 나토사무총장은 올해 초 나토 회원국의 군사비 분담금을 2020년까지 1000억달러 증액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유럽과 일본 뿐 아니라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에도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한국 외에도 유럽-일본-중동에 무차별 방위비 인상요구=현재 미국과 일본 군사당국은 지난 26일부터 9월 23일까지 대규모 육상 연합훈련인 ‘오리엔트 실드’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 육군이 일본 육상자위대와 매년 실시하는 훈련으로 대대급 실기동훈련(FTX), 여단급 지휘소연습(CPX), 연합실탄훈련(CALFEX) 등으로 구성된다. 부산에서 가까운 규슈 등 등 일본 서부지역에서 실시되며 올해는 전시증원연습(RSOI)이 처음 포함되는 등 훈련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13일부터 23일까지 열흘간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배수량 10만2000t급),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 구축함 ‘묘코함’(배수량 9485t급) 등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미일 해상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훈련에 앞서 “일본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 하나이며, 매우 중요한 (아태)지역의 안정과 안보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나라 중 하나”라며 “일본 해상자위대와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고, 정보공유를 원활히 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상호 지원을 위한 전술 배양에 힘쓴다”라고 이번 훈련 목적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미군의 표현 및 태도는 연합훈련에 참가하는 상대국 군에 대한 의례적 예우라는 게 우리 군 당국의 시각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주한미군과 한국군도 강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며 “미군이 일본 자위대와 연합훈련을 하면서 일본 자위대를 추켜세우는 건 당연한 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우리 군은 지난해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9.19 남북군사합의서를 체결하고 상호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을 연기했으나, 올해는 북측 반발에도 불구하고 상하반기 한미연합훈련 ‘동맹’ 연습과 ‘한미지휘소연습’을 모두 실시했다.

한미연합훈련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전쟁을 도발한 상황을 가정해 실시된다. 이에 따라 한미연합훈련의 모든 작전은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한 가운데 진행된다. 미일연합훈련도 사실상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를 가정한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된다. 그러나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이 실현돼 남북미 관계가 획기적으로 진전될 경우, 연합훈련 역시 내용을 바꾸거나 훈련 자체를 지난해처럼 유예할 여지도 없지 않아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과 여러 번 접촉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이 불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는 것을 이런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