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까지 올라온 해무 밤사이 복사냉각 막아 -7월 내내 습도 70% 넘어…‘찜통더위’도 한 몫 -장마철엔 ‘유사열대야’ 현상 반복 가능성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잠 못드는 밤’의 계절이 돌아왔다. 기상청은 지난 11일 밤 서울 지역에 올해 첫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첫 열대야(7월21일)보다 열흘 앞선 기록이다. 지난달 30일 강원도 강릉에서 처음 관측된 열대야 현상은 전국으로 퍼져 지난해보다 20일 이상 빨리 찾아온 곳도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7~8월 사이 열대야 일수는 33일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서울 지역에 열대야가 21일동안 지속되며 사람들을 괴롭혔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더 심한 열대야가 찾아올 가능성도 상당하다. 열대야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지난해보다 열대야가 일찍 찾아온 데다 습도가 높은 날이 지속되며 온도가 낮아도 열대야 현상과 비슷한 수준의 짜증을 유발하는 ‘유사열대야’ 현상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달 서울 지역의 하루평균습도는 평균 80.9%를 기록했다. 지난 1일 73.6%를 기록했던 상대습도는 장맛비와 함께 지난 10일 96.5%까지 치솟았다. 습도가 70% 밑으로 내려간 날은 하루도 없었다.
실제로 올해 열대야는 습도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 11일 밤사이 서울 지역에 해무가 유입되면서 복사냉각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열대야 현상은 폭염과 함께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데다 밤에는 가열된 지표면이 식지 않고 습도도 높아 전국적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낮 기온이 높다고 무조건 열대야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에도 서울의 평균기온이 34도를 넘어섰지만, 당시에는 습도가 낮아 밤사이 복사냉각 현상이 활발히 일어나며 열대야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반도 남쪽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 수증기가 많이 발생했고 남서풍을 따라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습도가 높으면 낮 동안 가열된 지면이 냉각되는 것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수면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지난 11일 남하했던 장마전선은 오는 15일께 다시 북상을 시작해 전국에 비를 내릴 전망이다. 그러나 장마전선의 세력은 많은 비를 내렸던 지난 주말보다는 약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반적으로 본격적인 열대야 현상은 장마철 이후에 찾아온다. 주말 막바지 장맛비를 뿌리고 난 뒤에는 다시 폭염이 찾아와 열대야도 다시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