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상 좌석 취소에도 알박기 -자리 지저분하게 ‘철판족’ 기승 -자유석은 ‘자리 선점용’ 물품만
[헤럴드경제=신동윤ㆍ박로명 기자]#. 서울 신촌 A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 전모(25ㆍ여) 씨는 ‘자리쟁탈전’이 벌어지는 중간고사 기간 정정당당하게 얻은 도서관 열람실 내 지정석을 찾아갔다 눈을 의심할만한 일을 겪었다. 비워져 있어야 할 책상위엔 5권이 넘는 전공 서적들과 쓰레기가 쌓여 있었고, 심지어 의자위엔 금방 빨아온 듯한 축축한 양말 두 켤레가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전 씨는 “전공 서적들만해도 무시하고 앉아 시험공부를 하려 했는데 젖은 양말을 보는 순간 헛구역질이 나고 힘이 빠져 가방을 챙겨 곧장 열람실을 나왔다”며 “자리를 맡으려 안간힘을 쓰는 것은 이해하지만 다 같이 활용하는 공간에서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대학가에서 중간고사 기간을 맞아 학생들 사이에 도서관 열람실 자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학생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방식으로 자리를 맡는 학생들로 인해 시험공부로 지친 대학생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20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 소재 대부분의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중간고사 기간을 맞아 과목별 시험을 치르고 있다.
이 때문에 각 대학 도서관 내 열람실은 시험 기간을 맞아 집중적으로 공부하려는 학생들로 항상 만원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정된 좌석에 많은 학생들이 몰리다보니 이를 차지하려는 학생들의 눈치싸움은 여전히 치열하다.
대부분 대학에선 원활한 열람실 운영을 위해 한 번 예약으로 4~6시간 사용 가능하고, 외출 후 1시간~1시간 30분간 재입실하지 않을 경우 자동 예약 취소되는 전자 좌석 예약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석에 소지품을 놔둔 채 점거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최근엔 대학 행정기관, 총학생회 등이 나서 일방적으로 관련 짐을 치워 열람실 좌석 회전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도저히 손 쓸 수 없도록 일부러 좌석에 쓰레기 등을 늘어놓는 방식으로 지저분하게 사용하는 ‘철판족’이 있다는게 대학생들의 설명이다.
서울 성북구 소재 B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 손모(24) 씨는 ”최근에 수업 참석 등으로 열람실 좌석 사용 연장을 할 수 없을 때 몇몇 학생들이 활용하는 방식 중 하나가 쓰레기 배치로 더럽게 쓰기”라며 “이럴 경우 대부분의 학생들이 좌석을 배정 받아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손 씨는 “먹다 남은 음식물 등이 있으면 열람실 전체에 냄새가 퍼지는 등 학습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학생들 대부분은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워 공분을 사는 경우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이 아니라도 손 대기 힘든 개인 위생용품을 두거나 많은 옷가지를 걸어두는 등의 방법으로 자리를 맡는 경우도 있다. 서울 마포구 소재 C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 김모(26) 씨는 “타인이 함부로 손대기 힘든 개인적인 물건을 두거나 옷을 여러 벌 걸어둘 경우 자리를 배정받아도 다음사람이 이용하는데 애로사항이 큰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철판족’을 막기 위한 대학 행정조직 및 총학생회, 열람실 지킴이 등의 자정노력도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한편, 어느 곳보다 치열한 자리잡기 싸움이 벌어지는 곳은 바로 자율배석 공간들이다. 개방 시간과 동시에 이곳엔 가방을 비롯해 각종 전공서적들을 쌓아 자리를 선점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기 마련이다. A 대학에 다니는 최모(22ㆍ여) 씨는 “이번 시험기간 중 어느날엔 열람실 내 5개 테이블 가운데 하루종일 책이나 가방만 놓여있던 곳이 4곳이나 됐고, 사람이 있던 곳은 한 곳에 불과한 적도 있었다”며 “이런 학생들 때문에 정말 공부하려는 학생들은 ‘메뚜기족’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불편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