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약한 모습 보인 박삼구 회장 -컨소시엄 조건부 재검토 원칙 지킨 산업은행 -6개월 내 매각 마무리 못하면 우선매수권 부활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법적 소송에 나서겠다”며 배수의 진을 친 박삼구 금호아시안그룹 회장이 결국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면서 1라운드를 마쳤다. 2라운드를 위한 숨고르기 성격이지만, 그 과정에서 금융권을 향해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는 재무적 체력의 한계도 일부 드러났다. 이런 약한 고리는 우선매수권 행사를 둘러싼 30일 단기전에 이어 6개월간 펼쳐질 매각 후속 절차와 관련한 장기전에서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18일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 포기와 함께 금호타이어 재입찰 실시를 요구하면서 “금융권을 상대로 한 소송은 이번에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에게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는 것의 불공정성을 알리면서 우선매수권 훼손 등과 관련한 소송 가능성을 거론하던 모습과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당초 박 회장 측은 김앤장, 세종 같은 대형 로펌의 자문을 받으며 매각중지 가처분 신청 등의 소송을 준비해왔다.

이번에 금융권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재계에서는 재무 상태가 좋지 못한 금호아시아나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으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상대로 소송전을 펼칠 국내 기업이 많지 않은데다, 가뜩이나 재무적 상황이 좋지 못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서 직접 맞서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도 이번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그룹 전체의 경영활동과 미래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부당하고 불공정한 매각이 진행되어 금호타이어의 기업가치와 성장이 저해되는 경우에는 법적인 소송을 포함해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당초 기세에 비해 예봉이 꺽인 모습이다.

반면 산업은행은 박 회장의 승부수에 잠시 주춤하던 모습을 뒤로하고 박 회장이 구체적이고 타당한 자금조달안을 가져오면 컨소시엄 허용 여부에 대해 재논의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 행사 주체와 관련한 원칙을 지켰다.

이어 19일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기한이 지나면서 더블스타와 매각 절차를 재개하는 등 마이웨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오는 20일께 더블스타와 매각 절차를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칙을 지킨 산업은행으로서도 매각을 마무리짓는데 까지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금호 상표권을 박 회장 측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 방산 부문 매각과 관련한 정치권의 반대 분위기 등 어느것 하나 긍정적이지 않다. 특히 입찰 흥행에 성공한 이번 매각을 마무리 지으려면 후속 조치를 향후 6개월 이내에 모두 마쳐야 하는상황이다. 시간에 쫓기는 입장에 서게 되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에 따르면 6개월 이내에 매각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더블스타와 딜은 파기되며, 재입찰 과정에서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이 다시 부활하게 된다. 이를 감안해 박 회장이 이번에 소송 카드를 전략적으로 꺼내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금호 상표권을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매각 지연에 나서면서 결정적인 순간 박 회장이 소송으로 맞서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박 회장으로서는 유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pdj2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