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금융행정 쇄신방안’

검사통보 후 착수까지 7영업일 부여

사전 통보 생략 예외 조항도 축소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보고 예정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

[헤럴드경제=서상혁·박혜림 기자] 은행권에서 금융당국의 검사에 대비할 기간을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당국이 수용키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써 금융사들은 최소 열흘 정도의 현장검사 대비 기간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행정 쇄신 차원에서 금융회사의 방어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이같은 내용의 ‘금융행정 쇄신방안’을 준비 중이다.

이번 쇄신 방안의 주요 안건 중 하나는 금융회사의 방어권 보강이다. 사전통지 후 수시 검사 착수까지의 기간을 늘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감독규정상 금감원은 현장검사 방식으로 이뤄지는 수시검사에 대해선 검사목적과 검사기간 등이 포함된 ‘검사사전예고통지서’를 금융회사에 검사 착수 7일 전까지 통지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쇄신방안을 통해 검사 통지 후 착수까지 기간을 최소 7영업일 이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회사는 주말을 포함해 약 열흘 이상의 준비 시간을 확보하게 된다.

검사 사전통지 기간 연장은 금융권이 꾸준히 요구해 온 사안이다.

정기검사는 통상 검사 한 달 전에 사전 통지가 이뤄지는 데다 기존에 수행해 온 업무를 중심으로 점검이 진행돼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성이 높다.

반면 금융시장에 갑작스러운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이뤄지는 수시검사는 평소 다루지 않던 자료까지 준비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현행 5영업일 안팎의 준비 기간만으로는 충분한 수검 준비가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시검사의 경우 평소 해오던 영역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러 차례 데이터 검증이 필요하다”라며 “기존 5영업일 남짓한 시간에서 최소 7영업일이라도 확보되면 준비 작업이 더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 통보 없이 검사에 착수할 수 있는 예외조항도 손질한다.

현행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감원은 ▷사전 통지 시 자료 등의 조작 또는 인멸 우려가 있는 경우 ▷검사 사실이 알려지면 투자자·예금자의 불안을 초래하는 등 금융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큰 경우 ▷긴급한 점검이 필요해 사전 통지를 위한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 ▷그 밖에 검사 목적 달성이 어려워질 우려가 있는 경우 사전 통지 없이 수시검사에 착수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검사 목적 달성이 어려워질 우려가 있는 경우’는 상황에 따라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회사들이 대비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돼왔다.

금융당국은 네 가지 예외 사유 가운데 일부 추상적인 요건을 보다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사전 통지 생략 요건을 좁힐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횡령 등 위법 행위가 발생한 곳은 사전 통지 시 증거 인멸 우려가 있는 만큼 통보 없이 검사에 착수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그렇지 않은 일부 테마성 수시검사는 사전에 통보하면 금융회사도 검사 준비를 보다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사 연장 요건도 강화한다. 통상 수시검사는 1주일~2주일가량 진행한 후 필요할 때마다 연장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현재는 금감원 담당 부서장의 결재만으로 연장이 가능하지만, 금융당국은 결재권자를 금감원 임원급으로 높이는 등 추가적인 제한 장치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밖에 지금은 사실상 사라진 ‘검사 중간발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금융회사 제재 제척 기간인 5년을 넘어선 자료 요구도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쇄신안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보고 사안이다. 공운위는 올해 초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유예하는 대신 경영관리 전반에서 공공기관 수준로 감독하겠다는 조건을 내건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다음달 초 쇄신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금융회사의 방어권 강화 논의가 자칫 금감원의 검사권 약화로 이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전직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검사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금융회사의 수용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자칫 금융회사들이 이를 감독권 약화로 오해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올해 초 금융상품 제조에 관한 내부통제실태 ▷금융소비자 위험 요인이 높은 영업점 ▷부당 영업행위 ▷디지털 금융거래 내부통제 ▷자금세탁 내부통제 등을 중점 테마 검사 항목으로 내세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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