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도 촬영으로 오염·균열 자동 판별

대당 1억2000만원…전국 52곳 확대

2030년 등급판정 물량 56.5% 목표

29일 경기 평택시 농업회사법인 와이제이푸드에서 박홍린 축평원 축산물품질평가사 계란 등급판정 장비를 이용해 계란의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계란 표면의 오염과 미세한 균열을 분석하는 등급판정 기술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29일 경기 평택시 농업회사법인 와이제이푸드에서 박홍린 축평원 축산물품질평가사 계란 등급판정 장비를 이용해 계란의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계란 표면의 오염과 미세한 균열을 분석하는 등급판정 기술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계란 껍데기에 묻은 작은 이물질부터 눈에 잘 띄지 않는 미세한 실금까지 인공지능(AI)이 찾아낸다. 사람이 30분 걸리던 계란 300알의 외관·투광 검사를 AI 장비는 11분 만에 끝낸다. 검사 시간이 63.3% 줄어든 셈이다. 계란을 하나씩 살펴보던 등급판정 현장에 AI가 들어오면서 검사 속도뿐 아니라 품질을 관리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29일 경기 평택시 농업회사법인 와이제이푸드. 계란 선별·포장시설 한쪽에 설치된 AI 등급판정 장비에 계란이 담긴 판이 들어갔다. 롤러를 따라 이동하던 계란이 자동으로 방향을 맞추자 검사부에서 촬영이 시작됐다. 계란이 회전하는 동안 카메라가 외관을 네 방향에서 촬영하고, 아래쪽에서는 빛을 비춰 껍데기에 금이 갔는지 확인했다.

촬영을 마친 계란은 다시 판에 담겨 나왔다. 모니터에는 계란마다 분석 결과가 표시됐다. 특정 계란을 선택하면 표면의 오염 상태와 균열이 의심되는 부분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사람이 계란을 들어 빛에 비춰보던 작업을 AI가 영상 분석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이날 와이제이푸드에서 AI 기반 계란 품질평가 현장 설명회를 열고 등급판정 장비의 작동 과정과 보급 계획을 공개했다.

29일 경기 평택시 농업회사법인 와이제이푸드에서 계란이 인공지능(AI) 기반 등급판정 장비를 통과한 뒤 계란판에 담겨 나오고 있다. 이 장비는 계란을 360도로 촬영해 껍데기의 오염과 미세한 균열을 자동으로 분석한다. [축산물품질평가원]
29일 경기 평택시 농업회사법인 와이제이푸드에서 계란이 인공지능(AI) 기반 등급판정 장비를 통과한 뒤 계란판에 담겨 나오고 있다. 이 장비는 계란을 360도로 촬영해 껍데기의 오염과 미세한 균열을 자동으로 분석한다. [축산물품질평가원]

AI 장비가 맡는 작업은 계란의 외관과 투광 판정이다. 외관 판정에서는 껍데기의 청결 상태와 이상 여부를 살피고, 투광 판정에서는 빛을 이용해 균열을 확인한다. 계란을 깨서 노른자와 흰자의 상태를 살피는 할란 판정은 기존 장비와 검사 절차를 활용한다.

계란 등급판정은 모든 계란을 일일이 검사하는 방식이 아니다. 같은 농장과 산란일자, 품질 수준을 기준으로 묶은 물량을 하나의 로트로 구성한 뒤 표본을 무작위로 추출한다. 표본의 외관·투광·할란 판정 결과를 종합해 해당 로트 전체에 1+, 1등급 또는 2등급을 부여한다.

AI 도입의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검사 시간 단축이다. 축평원에 따르면 계란 300알의 외관·투광 판정에 기존 인력 방식은 약 30분이 걸렸지만 AI 장비는 11분이면 검사를 마친다. 판정에 필요한 시간이 19분 줄었다.

29일 경기 평택시 농업회사법인 와이제이푸드에 설치된 인공지능(AI) 기반 계란 등급판정 장비의 모니터에 계란 외관 촬영 영상이 표시돼 있다. 이 장비는 계란을 360도로 촬영해 껍데기의 오염과 미세한 균열을 자동으로 분석한다.[축산물품질평가원]
29일 경기 평택시 농업회사법인 와이제이푸드에 설치된 인공지능(AI) 기반 계란 등급판정 장비의 모니터에 계란 외관 촬영 영상이 표시돼 있다. 이 장비는 계란을 360도로 촬영해 껍데기의 오염과 미세한 균열을 자동으로 분석한다.[축산물품질평가원]

정확도도 검증했다. 축평원은 사람의 판정과 AI 판정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통계 지표인 ‘코헨의 카파’를 활용한 결과, AI 장비의 일치도 지수가 0.84 이상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0.81 이상이면 매우 높은 일치 수준으로 평가한다.

장비 한 대의 도입비는 약 1억2000만원이다. 와이제이푸드에 설치된 장비도 축평원이 비용을 부담하고 업체는 설치 공간을 제공했다. 다만 인건비와 운영비가 실제로 얼마나 줄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축평원은 AI 도입에 따른 검사 인력과 운영비용의 변화를 분석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29일 경기 평택시 농업회사법인 와이제이푸드에 설치된 인공지능(AI) 기반 계란 등급판정 장비의 모니터에 계란 외관 촬영 영상이 표시돼 있다. 이 장비는 계란을 360도로 촬영해 껍데기의 오염과 미세한 균열을 자동으로 분석한다.[축산물품질평가원]
29일 경기 평택시 농업회사법인 와이제이푸드에 설치된 인공지능(AI) 기반 계란 등급판정 장비의 모니터에 계란 외관 촬영 영상이 표시돼 있다. 이 장비는 계란을 360도로 촬영해 껍데기의 오염과 미세한 균열을 자동으로 분석한다.[축산물품질평가원]

AI 도입이 곧바로 등급판정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축평원은 기존 등급판정 인력을 유지하면서 검사 시간 단축으로 확보한 인력을 다른 업무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유임종 축평원 소비지원본부장은 “계란 등급판정 수요는 늘고 있지만 인력에는 한계가 있다”며 “기계를 통해 판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고 데이터를 관리할 필요가 있어 개발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AI가 분석한 결과를 농가에 돌려주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지금까지 계란 등급판정은 해당 물량의 등급을 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앞으로는 어느 농장에서 생산한 계란에 오염이나 균열이 자주 발생하는지 분석해 농가와 선별·포장업체에 제공할 계획이다.

예컨대 특정 농장의 계란에서 미세한 균열이 반복적으로 발견되면 농장이나 선별·포장시설이 원인을 점검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축평원은 이 같은 품질정보 환류 체계를 구축해 11월부터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AI 등급판정 장비는 전국으로 확대된다. 축평원은 지난해 와이제이푸드에 첫 장비를 설치해 시험 운영했고, 올해 10대를 추가 설치했다. 신규 장비는 정확도 검증을 거쳐 본격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축평원이 제시한 보급 목표는 올해 12대에서 2030년 52대로 확대하는 것이다. 같은 기간 AI 장비를 활용한 등급판정 물량은 연간 약 8808만개에서 27억2721만개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전체 등급판정 물량에서 AI가 담당하는 비중도 6.1%에서 56.5%로 높일 계획이다. 올해 수치는 신규 장비 가동을 전제로 한 예측치다.

다만 전체 계란 생산량과 등급판정 물량은 구분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계란 생산량은 약 181억5000만개인 반면 등급판정 물량은 약 15억개로 전체의 8% 수준이다. 2030년 AI 판정 비중 56.5% 역시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계란이 아니라 등급판정을 받는 물량을 기준으로 한 수치다.

축평원은 기존처럼 표본을 별도로 추출해 검사하는 장비에 더해 계란 선별라인에 AI를 직접 연결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등급판정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선별라인을 지나는 계란의 품질정보를 분석해 농가에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기술 개발이 완료된 것은 아니며 연말까지 성과를 확인할 예정이다.

보급 속도를 높이는 데는 예산과 설치 공간이 과제로 꼽힌다. 유 본부장은 “장비를 설치하려면 작업장에 일정한 공간이 필요하고 예산 문제도 있다”며 “매년 10대씩 우선 보급하는 계획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29일 경기 평택시 농업회사법인 와이제이푸드에 설치된 인공지능(AI) 기반 계란 등급판정 장비. 이 장비는 계란을 360도로 촬영해 껍데기의 오염과 미세한 균열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판정 결과를 모니터에 표시한다.[축산물품질평가원]
29일 경기 평택시 농업회사법인 와이제이푸드에 설치된 인공지능(AI) 기반 계란 등급판정 장비. 이 장비는 계란을 360도로 촬영해 껍데기의 오염과 미세한 균열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판정 결과를 모니터에 표시한다.[축산물품질평가원]

와이제이푸드는 AI 장비가 실제 계란 유통 현장에 적용되는 사례다. 2018년 설립된 이 업체는 시간당 6만개를 선별할 수 있는 설비 3대를 갖췄다. 하루 평균 약 120만개의 계란을 선별·포장하고, 이 가운데 약 30만개를 등급판정 계란으로 출하한다.

임장묵 와이제이푸드 대표는 “등급판정 계란은 소비자들이 품질을 신뢰해 찾는 제품”이라며 등급판정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계란 등급판정은 앞으로 소비자가 포장지에서 확인하는 표시 방식도 달라진다. 기존 왕란·특란·대란·중란·소란으로 구분하던 중량 규격은 오는 11월 22일부터 2XL·XL·L·M·S로 바뀐다. 소비자가 크기를 더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한효동 축평원 연구개발처장은 “AI 등급판정 데이터를 농가와 선별·포장업체에 제공해 품질 개선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생산부터 유통까지 데이터를 연결해 계란 품질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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