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조, 인력·청사·업무 부담 우려… 출범 전 경고 현실화 여부 주목

장학사업 차질과 재정 불안까지… 행정 효율화가 주민 편의로 이어졌나

민선 8기 시정부가 설계한 개편… 민선 9기 출범 후속 대책 시험대

인천광역시
인천광역시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인천의 행정체제 개편이 새 자치구 출범이라는 외형적 변화를 이뤘지만, 현장에서는 공무원 조직의 안정성과 주민 행정서비스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인력 배치와 업무 인수인계, 청사와 행정시스템 구축을 둘러싼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재정·재산 정산까지 늦어지면서 행정체제 개편이 당초 내세운 주민 편의와 행정 효율을 실현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번 개편은 민선 8기 인천시정부가 추진했고 민선 9기에 들어선 7월 1일 제물포구·영종구·서해구·검단구가 출범하면서 실제 행정체제에 반영됐다.

그러나 개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조직과 재정 문제 가운데 일부는 출범 이후에도 해결 과제로 남았다.

행정구역을 바꾸는 작업은 법률과 행정절차를 통해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조직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충분한 인력과 예산, 시설, 업무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출범 이후 드러난 문제들은 이 같은 준비가 현장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공무원 노조의 경고… 인사·업무 부담 우려는 왜 나왔나

행정체제 개편을 둘러싼 우려는 출범 이후에만 제기된 것이 아니다. 개편 준비 과정에서 공무원 노동조합은 청사와 예산 확보, 인력 배치, 업무 부담 등을 문제 삼았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천지역본부 중구지부는 지난해 개편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청사와 예산 문제, 업무 부담 및 인사·조직 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기존 중구(현재 영종구)가 제물포구 통합 업무와 영종지역 분구 준비를 함께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직원에게 업무가 집중될 수 있다는 취지다.

새 자치구 출범은 단순히 조직도를 새로 만드는 일이 아니다. 기존 부서의 업무를 분리하고 담당 공무원을 배치하며 민원과 계약, 예산, 기록물, 전산시스템을 새 조직에 맞게 이관해야 한다.

업무별 책임과 권한이 명확하지 않으면 인수인계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근무지 변경과 인력 배치도 민감한 사안이다. 임시청사 여건과 출퇴근 거리, 새로운 업무환경은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와 직결된다. 인사 기준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거나 업무량과 인력 규모가 맞지 않으면 조직 내부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출범 전에 제기된 문제를 인천시와 각 자치구가 어떻게 점검하고 조정했는지, 실제 업무 부담과 민원 처리 상황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지다.

인천시와 자치구는 인력 배치와 업무량, 민원 처리 지연 여부 등을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인력 재배치와 업무 조정을 통해 현장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행정 효율화가 주민 편의로 이어졌나

행정체제 개편의 최종 수혜자는 공무원 조직이나 지방정부가 아니라 주민이어야 한다.

영종과 검단은 인구 증가와 도시개발로 행정수요가 확대된 지역이다.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독립적으로 추진하고 주민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면 별도의 자치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개편의 주요 논리였다.

그러나 새 자치구가 출범했다는 사실만으로 주민 편의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민원창구와 담당 부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각종 증명서 발급과 복지·환경·교통 관련 업무가 차질 없이 이어져야 한다.

청사와 정보시스템, 인력 배치가 불안정하면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오히려 불편으로 나타날 수 있다.

재정 문제도 주민 생활과 맞닿아 있다. 자치구 간 정산이 지연돼 필수경비 확보에 부담이 생기거나, 재산 승계 문제로 장학사업과 공공서비스가 영향을 받는다면 행정체제 개편의 비용을 주민이 간접적으로 부담하는 셈이다.

따라서 개편 효과를 평가할 때는 새 자치구의 출범 여부나 조직 규모만 볼 것이 아니라 민원 처리 기간, 주민 만족도, 지역별 행정서비스 접근성, 예산 집행의 안정성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개편 전후의 객관적인 지표를 공개하고 개선 효과와 문제점을 정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민선 8기 설계, 민선 9기 현실… 인천시 책임론

행정체제 개편의 준비와 시행, 사후 관리 책임을 둘러싸고 인천시의 역할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번 개편은 민선 8기 시정부가 추진했지만, 실제 자치구 출범 이후의 행정 운영과 문제 해결은 민선 9기 시정부가 떠맡게 됐다.

인천시는 개편을 추진하면서 주민 생활권에 맞는 행정서비스와 지역 발전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출범 이후에는 그 목표가 실제로 구현되고 있는지, 재정과 인력, 시설 등 기반 여건이 충분히 갖춰졌는지 점검해야 한다.

특히 자치구 간 재정 정산과 재산 승계 문제가 장기화하고 청사와 운영비 확보에 부담이 이어진다면 개편 준비 과정에서 재정 소요와 위험 요인을 얼마나 면밀하게 분석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출범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마치는 것과 안정적인 행정 운영을 보장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인천시가 자치구 간 분쟁에 대해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정산 기준과 자료 검증 절차를 마련하고 출범 비용과 장기 운영비를 구분해 지원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자치구별 재정 여건과 행정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지원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또한 개편 준비 단계에서 작성한 계획과 실제 집행 결과를 비교해 부족했던 부분을 공개하고 책임 소재와 개선 일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번 개편의 문제를 단순한 초기 혼선으로 치부하지 않고 향후 행정체제 개편의 교훈으로 삼을 수 있다.

출범이 끝이 아니다… 행정체제 개편 성과, 주민 삶으로 증명해야

인천의 행정체제 개편을 무조건 실패로 규정하는 것은 성급하다. 대규모 행정구역 조정은 조직과 시설, 예산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조정 기간을 필요로 한다. 신설 자치구가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러나 초기 혼선이라는 이유로 재정·재산 정산과 인사·조직 문제를 장기간 방치해서도 안 된다.

특히 주민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장학사업과 필수 행정경비, 공공시설 운영 등은 우선적으로 안정화해야 한다.

인천시는 우선 자치구 간 재정 정산과 재산·채무 승계의 해결 일정을 제시하고 청사 확보와 운영비 지원 계획을 구체화해야 한다.

공무원 조직의 업무 부담과 인력 배치 문제도 현장 의견을 반영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개편 전후의 행정서비스 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평가체계를 마련해 주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민원 처리 속도가 개선됐는지, 행정서비스 접근성이 높아졌는지, 지역 맞춤형 정책이 실제로 확대됐는지 객관적인 지표로 보여줘야 한다.

민선 8기 시정부가 추진한 행정체제 개편은 민선 9기 인천시정부의 행정 역량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출범이라는 첫 단계는 끝났지만, 재정과 조직을 안정시키고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는 이제부터다.

행정구역의 변화가 행정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개편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인천시가 출범 이후 드러난 문제를 얼마나 신속하고 투명하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이번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전망이다.<시리즈 끝>


gilber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