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경과학자 새폴스키 신간 ‘멍키럽’
인간의 행동, 유전자·환경·사회 등 영향
음식·노래 취향 등 사소한 행동 이유 있어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40대 후반인 A씨는 운전할 때마다 늘 듣는 플레이 리스트가 있다. 이문세의 ‘옛사랑’부터 김건모의 ‘아름다운 이별’, 조성모 ‘아시나요’ 등 90년대 인기가 있었던 팝발라드다. A씨는 “요즘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는데, 나는 지금도 90년대 발라드가 가장 좋다”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10대 중반 때 처음 들었던 노래들을 3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좋아하는 셈이다.
A 씨뿐만 아니다. 음악적 취향은 20대 이전에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행동’,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등을 쓴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인 로버트 M. 새폴스키 스탠퍼드대 교수는 신간 ‘멍키럽’에서 인간의 행동은 유전자뿐 아니라 뇌를 포함한 몸 상태, 환경, 문화적 배경 등 다양한 측면에서 영향을 받는다고 봤다. 그는 과학적 연구와 이론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인간 행동의 원인을 재밌게 풀어냈다.
음악적 취향이 세대마다 다른 이유는 뭘까. A씨처럼 음악적 취향은 20대 이전에 결정되고, 이후에는 새로운 음악을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의 생애 주기에서 문화적 취향을 형성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특정 시대의 음악만 주로 트는 미국 라디오 방송국 40여 곳을 조사했다. 그 결과, 사람들이 평생 즐겨 듣는 대중음악을 처음 접하는 나이가 20세 이하임을 발견했다. 또 새로운 장르가 등장할 때 나이가 35세 이상이면 그 음악을 앞으로 듣지 않을 확률이 95% 이상이었다.
음식 취향은 어떨까. 저자는 음악과 비슷한 방법으로 미국에서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초밥을 대상으로 미국 중서부 소재 초밥 음식점 50여 곳에 연락해 고객들의 패턴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음식은 28세 이하에 접해야 계속 좋아할 수 있었고, 39세 이상이면 그 음식에 평생 손도 대지 않을 확률이 95%였다. 혀 피어싱과 같은 패션은 18세 이하에 시작해야 좋아할 수 있었고, 23세 이상이 되면 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즉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창이 패션은 23세, 대중음악은 35세, 음식은 39세에 닫히는 셈이다.
대규모 재난이 닥쳤을 때 사람들은 왜 사망 가능성이 커도 희생자들을 막대한 비용을 들여 목숨까지 걸면서 시신이라도 찾으려고 할까. 저자는 침몰한 러시아 잠수함 쿠르스크호와 9·11 테러 그라운드제로 등의 수색 작업 등을 살펴보며 시신 수습과 장례의식이 단지 죽은 자를 위한 것이 아님을 발견한다. 산 자들에게 공동체의 가치와 유대, 사회적 관계를 확인하고 재구성하기 위한 장이 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인간과 유사한 동물의 감정과 행동을 분석해 인간의 동물성도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예컨대 친절한 수컷을 좋아하는 건 인간뿐 아니라 개코원숭이도 마찬가지였다. 개코원숭이도 경쟁자와 싸워 이기는 수컷보다 우정을 나누고 포식자가 나타났을 때 새끼를 보호해 주는 수컷과 짝짓기를 한다는 것이었다. 즉 ‘강한 수컷이 암컷의 선택을 받는다’는 통념은 사실 동물의 세계에서도 맞지 않은 셈이다.
이 밖에 저자는 뉴요커, 디스커버, 사이언스 등에 기고한 18편의 글을 통해 우리는 왜 사랑하고 협력하고 경쟁하는지부터 선행에는 지갑을 열지 않아도 배신자를 처벌할 때는 기꺼이 손해를 감수하는지,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말 뇌가 쪼그라드는지 등 무심코 지나쳤던 행동이나 통념에서 질문을 끌어내 복잡한 인간 행동의 세계를 조명한다.
멍키럽/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김희정 옮김/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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