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SPA 브랜드 인기 “등골 안 브레이커”
탑텐키즈·스파오키즈 등 패딩 제품 판매 급증
네이버서도 10만원 이하 키즈패딩 비중 2배↑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아이가 먼저 사달라고 하던데요?” 서울에서 초등학교 5학년 딸을 키우는 신모(41) 씨는 최근 아이를 데리고 겨울 옷 쇼핑을 갔다가 뜻밖의 경험을 했다. 고가의 아웃도어 브랜드 패딩을 사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10만원도 안 되는 SPA(제조·유통 일원화) 브랜드 경량패딩을 콕 집어 원했기 때문이다. 몇년 전 언니가 조카의 성화에 못 이겨 100만원 가까이 하는 수입 브랜드 패딩을 사준 것을 보고 내심 긴장했던 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신씨는 “지역 차이는 있겠지만 주변이 비슷한 분위기”라며 “아이 패딩은 세탁도 더 자주하고 사이즈도 금세 달라져 SPA 브랜드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유치원생 두 자녀를 둔 박모(40) 씨도 비슷하다. 최근 학군지로 이사를 하면서 겨울 옷 준비에 신경 쓰였는데, 다른 학부모들이 SPA 브랜드 패딩을 많이 사 입히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박씨는 “학원비가 늘어 옷값이 부담스러울 뻔했다”며 “SPA 브랜드에서 유행하는 디자인의 경량패딩을 사줄 것”이라고 했다.
한때 ‘등골 브레이커’의 대명사였던 10대들의 패딩이 달라지고 있다. 부모님의 등골을 휘게 만들 정도로 비싸고 부담스러운 고가 패딩을 너도나도 입던 시절은 지났다. 가격대와 브랜드가 다양화되면서 아이들이 선호하는 제품도 달라졌다. 특히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가격 부담을 낮추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SPA 브랜드가 합리적인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29일 신성통상에 따르면 올해 FW(가을·겨울) 시즌이 시작된 지난 8월 19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아동복 브랜드 탑텐키즈(TOPTEN KIDS)의 경량패딩 대표 상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1배(214.7%) 급증했다. 이는 올해 주력 상품인 ‘에어테크 파카’와 지난해 상품 ‘에어테크 경량 점퍼’를 비교한 수치다.
탑텐키즈는 아동용 경량패딩 수요가 커질 것을 예상하고 라운드넥 한 가지였던 디자인을 올해 라운드넥과 후드형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 출시했다. 2016년 론칭한 탑텐키즈는 실내복 중심으로 시작해 2023년부터 아웃웨어로 라인을 넓혔다. 최근에는 아우터를 핵심 카테고리로 두고 물량을 집중하고 있다.
스파오키즈(SPAO KIDS)도 마찬가지다.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스파오는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경량패딩 ‘씬라이트’ 시리즈를 올해에는 성인뿐 아니라 키즈 사이즈로도 선보이고 있다. 지난 8월 1일부터 이달 28일까지 유·아동용 씬라이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0% 증가했다. 해당 상품은 물량이 달려 현재 3차 리오더를 진행 중이다. 스파오키즈는 고객 의견을 반영해 오는 12월 신규 색상 6종을 추가할 계획이다.
스파오 관계자는 “수십만원부터 수백만원까지 이르는 고가 패딩과 달리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어 부모 고객 사이에서 ‘등골 안 브레이커’로 온라인상에서 크게 바이럴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키즈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는 무신사 스탠다드(MUSINSA STANDARD)도 인기다. 경량패딩 상품인 ‘시티 레저 후디드 라이트 다운 재킷’은 오리털 충전재에 5종의 다양한 색상, 9만9900원의 가격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해당 제품 피스타치오 색상은 무신사 홈페이지 10월 2주차 키즈 카테고리에서 노스페이스 패딩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블루 그레이와 클라우디 블루 색상도 3·4위에 올랐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애초 시그니처 컬렉션인 ‘시티 레저’ 라인에서 특정 시즌에만 키즈 상품을 한정적으로 선보였지만, 고객 수요를 고려해 연중 운영하는 주력 라인으로 전개하고 있다. 시티 레저 전체 상품에서 키즈 제품의 비중은 지난해 3.8%에서 올해 26.9%로 약 7배 확대됐다. 올해 FW 시즌에는 경량패딩인 ‘시어 후디드 라이트 다운 재킷’ 등 신규 스타일 17개를 추가하며 선택의 폭을 넓혔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이런 추세는 뚜렷하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선 최근 2주간(10월 14~27일) 키즈 패딩 카테고리 중 10만원 이하 판매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확대됐다. 자녀들의 편한 야외활동 및 일교차 등을 고려해 헤비다운 상품보다 경량패딩, 플리스 등 가벼운 아우터 중심으로 구매가 활발해졌다는 분석이다.
SPA 브랜드 중저가 패딩의 인기에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 2010년대만 해도 고가 브랜드 패딩은 또래집단의 소속감을 좌우하는 ‘제2의 교복’으로 통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교복보다 편한 생활복·체육복이 대중화되고, 난방 상황과 활동성을 고려해 후드집업이나 경량패딩, 플리스를 여러 겹 겹쳐 입는 경우가 많아졌다.
실용적인 문화 확산에 더해 고물가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점퍼류 소비자물가지수는 120.59(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가 전년보다 2.9% 오른 것에 비해 상승 폭은 2배 이상 크다. SPA 브랜드는 가격 부담은 낮으면서도 트렌디한 디자인과 합리적 품질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볍고 실용적인 아우터를 찾는 수요가 성인을 넘어 아이 옷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며 “합리적인 가격에 기능성을 갖춘 SPA 브랜드 제품을 찾는 부모 고객도 늘면서, 키즈 아우터 시장에서도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spa@heraldcorp.com


